인도에는 채 단풍이 들지 않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낙엽들이 보도블록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릅니다. 해가 나는가 싶던 하늘은 금세 또 어두워지곤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낭만적이고 운치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우수에 젖게 하던 낙엽들이 오늘은 왠지 스산한 느낌입니다. 어린 손자를 데리고 나온 할아버지 한 분이 손자가 탄 자전거가 장애물에 걸려 멈출 때마다 자전거를 밀어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다리 힘이 약한 손자는 작은 턱을 넘는 일도 무척이나 힘에 겨워 보입니다. 힘을 줘서 페달을 구를 때마다 뒷바퀴에 달린 보조바퀴가 간당간당 위태롭습니다. 손자로부터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할아버지는 오히려 당신 앞에 놓인 장애물을 이따금 놓치고 맙니다. 길가에 놓인 광고판에 걸려 어이쿠! 넘어질 듯 위태위태 걸어가는 모습이 어쩐지 짠해 보입니다.
떠들썩하던 경주 에이펙(APEC)도 모두 끝이 났습니다. 취임 후 불과 5개월의 짧은 준비 기간에 치르는 국제 행사였지만, 무사히, 그것도 성대하게 끝났다는 사실에 국민 대다수가 안도했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론 전임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이 지금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그저 아찔하기만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상대국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외교 방식에 대응하여 원칙과 국익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애쓴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천우신조라고 해야 옳을 듯합니다.
나가쿠라 겐타가 쓴 <나는 회사만 다니다 인생 종 쳤다>를 읽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지요? 그러나 책의 내용은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전개됩니다. 책의 앞부분만 조금 읽었을 뿐이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떠올렸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이직과 이주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책에선가 하루키는 자신이 이사 다니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기르지 못하면 앞날을 헤쳐 나가기 어렵다. 게다가 일본에서 회사원만큼 가성비가 좋지 않은 직종도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사나 꾸준히 다니는 편이 좋다고 조언하는 사람이 더 무책임한 게 아닐까. '시키는 일이나 하고 살아라'라는 뜻과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 중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퇴직과 동시에 이사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버리게 되는 일인데, 이사까지 하니 더욱 각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33)
우리는 이따금 대중의 의견과 다른 독특한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을 '괴짜' 또는 '엉뚱한 사람' 취급하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사람들이 있어 우리는 때로 자극을 받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활동하기 좋은 보편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진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생각되지만, 1년 내내 그런 날씨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지루한 일인지요. 오늘은 바람이 거칠게 불고 쌀쌀합니다. 이런 날 우리는 나가쿠라 겐타가 쓴 <나는 회사만 다니다 인생 종 쳤다>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