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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님의 서재
  • 실패를 통과하는 일
  • 박소령
  • 18,000원 (10%1,000)
  • 2025-09-19
  • : 48,325

1. 김겨울 님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우연히 시청하게 됨. 자기 계발 분야에서 창업과 성공을 다룬 서적은 많이 보았으나 자신의 실패를 기록한 서적은 보지 못하였던 바 책의 내용이 몹시 궁금했음. 한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로 살았던 10년 동안의 기록은 생각보다 술술 읽혔던 것은 물론 중간중간 멈추어 서서 생각에 잠기게 했음. 책의 목차는 각각의 장(章)이 아닌 장면(Scene)으로 나누어 저자가 생각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10개의 장면을 다루고 있으며, 각 장면은 그 당시 저자의 기록을 옮겨 놓은 '나의 기억'과 그에 대한 저자의 '지금의 생각'을 병기하고 있음.


2. 저자는 책의 구성을 창업에서 매각에 이르는 과정을 시간상으로 배치하지 않고 끝과 시작을 앞부분에 배치하고 있음. Scene #1 '창업자가 그만둘 때', Scene #2 '창업자가 시작할 때', Scene #3 '펀드레이징', Scene #4 '공동창업', Scene #5 '전시 CEO로 산다는 것', Scene #6 '자원배분의 문제', Scene #7 '레이오프', Scene #8 '주주 관계의 본질', Scene #9 '끝을 향한 여정 Part 1', Scene #10 '끝을 향한 여정 Part 2' 등의 소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저자는 창업과 실패로 마감되었던 자신의 실패에 대한 기록을 가감 없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하고 있음.


"지금 돌아보면 '문화를 바꾸고 습관을 바꾼다'는 말은 계몽주의적 이상주의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말에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이 나였기에 사업을 시작했고, 이 말에 가슴이 뛰고 설레는 사람들이 팀원으로, 저자로, 고객으로, 하나둘 모이고 모였던 것이 회사의 사업 초기였다."  (p.50)


3. 지식/정보 콘텐츠를 유료로 구독하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았던 2015년 당시에 전문가와 현업인을 필자로 하여 정기구독 모델인 '퍼블리 멤버십'을 비롯해 6개 서비스를 출시하며 빠르게 성장하였던 저자는 마치 성공 스토리의 전형처럼 비기도 했지만 당시에도 저자는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으로 어찌할 줄 모른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던 사실을 기록하고 있음. 더구나 저자가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며 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단지 기록을 읽는 것만으로도 절절한 심정을 느끼게 했음.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창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매일매일 답을 내야 하는 일이라고. 그렇기에 지난 10년을 보내며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 낸 '나 자신'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흉내 낼 수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기도 하다."  (p.76~p.77)


4. 책을 읽는 내가 한 명의 독자로서 저자에 대해 놀라워했던 점은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이 읽었던 많은 책을 인용하거나 언급했다는 사실, 자신의 회사나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듯이 당시에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게 아닐까 싶었음. 그런 모습이 없었더라면 끝까지 저자를 도왔던 소라, 소희, 광종 역시 일찌감치 회사를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나 역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다 보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는 친구도 있고, 일찍 사업에 뛰어들었던 친구들 중에는 크게 번창하기도 하고 더러 쫄딱 망한 친구도 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대개 돈과 시간을 버렸으면 사람이라도 남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과 경험을 얻은 듯하여 보기 좋았음.


"이 책의 메시지를 하나로 응축한다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깨닫게 된 10년의 여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에 창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의 모든 결정이 연동된다.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야만 후회를 최소화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p.329 '에필로그' 중에서)


5. 나는 사실 이 책에 대한 별 기대를 하지 않은 채 책을 읽었음. 그러나 책의 내용은 생각보다 좋았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많은 것들이 이 책 속에 압축적으로 기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됨. 더불어 나 역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나의 생각을 쓰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답례의 인사를 하려 함. 삶을 이어가는 모든 이들은 그에 필요한 '희망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함. '희망비용'이라 함은 복권 구입비일 수도 있고, 주식이나 가상자산 혹은 부동산의 매입 비용일 수도 있고, 그마저도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그 비용으로 지불할 수도 있음. 아무튼 우리는 삶의 유지에 필요한 '희망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은 채 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름. 그러나 종국에는 죽음을 통하여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됨.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최종적인 실패자일지도 모름. 삶에서 우리가 통과하는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하여 우리는 어쩌면 죽음이라는 가장 큰 실패를 두려움 없이 통과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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