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영혼까지 맡긴 채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에 서둘러 도착한 게 오전 9시 27분. 설 연휴가 시작되는 첫날,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라면 일순위로 떠오르는 얼굴이었을 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면회실에 들어섰을 때 나보다 먼저 온 이는 딱 한 사람. 겨울 치고는 그닥 춥지 않은 날씨였지만 외투도 걸치지 않은 차림으로 면회실의 썰렁한 분위기를 견디기에는 왠지 모르게 추워 보였다. 그도 나도 아들을 기다리는 처지.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의 정신은 온통 아직 나오지 않은 그의 아들에게 쏠려 있는 듯했다. 나는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다. 일각이 여삼추 같은 지루한 시간을 견디는 게 힘겨웠던지 그가 면회실 밖으로 나가자 앳된 얼굴의 아가씨가 들뜬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몇 분 후 가방을 멘 군인 한 명이 부대 쪽 출입문을 밀고 면회실에 입장했다. 그를 본 아가씨는 한달음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아가씨를 안고 싱글벙글 기분이 좋아 보였던 군인은 나와 근무를 서고 있는 군사경찰의 시선을 의식했던 탓인지 괜스레 쑥스러워했다.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여자친구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두 연인의 면회에 방해가 될까 봐 밖으로 나왔다. 나보다 먼저 와 아들을 기다렸던 그는 그새 외투를 걸친 채 철조망 사이로 부대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서너 발짝 떨어진 위치에서 나 역시 부대 쪽을 바라보며 망부석이 되었다. 그 사이 두어 대의 차가 더 도착했고 부부인 듯 보이는 중년의 남녀와 일가족이 모여 함께 부대로 나들이를 나온 듯한 어느 가족도 눈에 띄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아들과 함께 외출을 나가는 중년 부부의 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이 명절을 맞아 군대에 간 손자와 다정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 부대에 제일 먼저 도착했던 그와 나만 이제나저제나 나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뻘쭘한 자세로 서 있었다. 뒤늦게 아들을 만난 그가 먼저 주차장을 떠났고, 나 또한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휴가를 나온 아들과 반가운 포옹을 할 수 있었다.
며칠 전 감기를 앓았다는 아들의 얼굴은 파리하다 못해 풀빛인 듯 보였다. 나의 걱정이 더해져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아들에게 5일간의 길지 않은 휴가가 주어졌다. 손자를 기다리는 외할머니의 카톡 문자가 날아들었다. 설 연휴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