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을 다룰 때는 인물의 생애와 업적 위주로 가기 마련인데, 작가는 ‘고야’ 한 명을 설명하기 위해 스페인의 지리, 문화, 역사, 사회를 책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만큼 고야에게서 스페인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작품에 이해와 감상이 더 깊어졌다.
의외로 이 책은 미술서적이 아니라 인문서적이다. 고야의 일생과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책의 흐름을 보면 확실히 인문서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과 스페인의 공통점을 소재로 흥미를 끌어올리고 고야의 일생, 작품 순으로 파고들다가 고야 이후의 스페인을 언급하며 끝으로 한국사회에서 고야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찰까지. 단순히 고야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면 고야는 ‘영웅’을 그리지 않았다. 스페인에는 영웅 대신 민중이 있었다. 고야는 민중조차도 영웅으로 찬양하지 않았고 그들을 죽음의 공포와 함께 그렸다.- 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