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보면 '지적인 사람은 절대 참을 수 없는, 황당하고 뻔뻔한 역사의 착각'이라고 적혀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지적인 사람은 일단 이 책의 글쓴이다. 세상의 오해를 바로잡고 싶어서 이미 두 책, '현학자의 반란:왜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 틀린가?', '현학자의 귀환:왜 당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옳은가?'를 쓴 그는 틀린 것들이 세상에 퍼져 있는 걸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또 하나 썼다. 그게 이 책, '인문학 상식에 딴지걸다(원제는 '나폴레옹은 작지 않았고,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인이 아니었다)'다.
서문에서 자신이 본 역사책과 TV에서 나온 역사적 오류를 얘기하며 '근거도 없고, 지속되어야 할 이유도 없는 역사적 오류를 왜 되풀이해야 할까? 거짓과 오류를 되풀이하는 일은 정치인들이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 글쓴이는 왕과 여왕, 탐험가, 전쟁 등 오류를 13개로 분류해 설명한다. 방식은 어떤 오류를 얘기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근거와 반박하는 근거를 들어 얘기하는 것이다.
'바이킹과 그 기원'이란 책의 저자인 크리스 웹스터는 이렇게 설명한다. '바이킹을 묘사한 그림에는 뿔이 달렸거나 날개가 달린 투구가 등장하지만, 그런 투구는 발견된 적이 없다. 가난한 바이킹 전사들은 단순한 원추형 투구를 쓰거나, 가죽으로 된 모자를 썼다.' - 바이킹은 뿔달린 투구를 썼다?
'이 전투는 후에 벙커힐 전투라고 알려지게 됐는데 '1,500명의 민병대가 그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벙커힐로 갔다'라고 긴급 전문이 잘못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측의 문헌에도 '기념비를 세워 벙커힐 전투를 기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그 기념비는 혼란스럽게도 브리즈힐에 자리 잡고 있다.' - 벙커힐 전투는 벙커힐에서 벌어졌다?
'19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의 길이를 재는 단위는 똑같이 피트와 인치였다. 하지만 프랑스의 단위가 영국의 단위보다 길었다. ··· 프랑스의 1피트는 영국의 1.066피트이고, 인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다?
그 외에도 '노예들이 아닌 기술자들이 피라미드를 건설했다', '아서왕과 원탁은 존재하지 않았다', 페르시아 대군과 싸운 군대는 스파르타군 300명이 아니라 6~7000명의 그리스인이다.' 등의 이야기도 나와있다.
사람들은 어떤 정확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소문을 듣고도 쉽게 믿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 역시 그렇고. 그리고 오래된 소문은 더 잘 믿는다.
반박 근거가 확신을 주기에는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헛소문이 퍼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그걸 반박하는데는 긴 시간과 수많은 근거가 필요하다는 소리도 있지 않은가. 반박 근거가 조금 부족하다면 지금 믿고 있는 그 사실의 근거는 확실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아무거나 쉽게 믿지 말자.
책에는 여기 퍼진 소문을 믿고 남에게 얘기했다가 창피를 당한 사례가 근거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읽는 게 도움이 되리라 본다. 소문을 믿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