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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님의 서재
  •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 강보라
  • 15,120원 (10%840)
  • 2025-05-29
  • : 3,290
강보라의 소설은 어딘가 내가 한번 즈음 가져봤던 못난 마음 같다. 타인을 반면교사 삼으면서 그래도 내가 쟤보다는 낫지, 같은. 종이처럼 평평하지만 잘못 짚으면 상처를 만들던 마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의 야릇한 결핍에서 나오는 열등감과 수치심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친한 사람끼리 못마땅한 사람 이름 하나를 혀 위에 올리고 돌림 노래처럼 조근조근 씹었던 나날들. 우습게도 나는 그런 것에 끼지 못했다. 항상 방관자처럼 자는 척 눈은 감고 귀는 열었던 시절처럼. 이 소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비좁은 선박에 두 개의 이 층 침대. 커튼 치고 누워 자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있으면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별 해괴한 말들이 자장가처럼 노다니던 그 시절. 어쩌면 입을 닫고 듣고 있던 나도 어느 정도 일조하고 있지 않았던가. 남을 씹어대는 그 애를 속으로 되뇄다. 이 이야기에서 가진 묘한 불편감은 사실 무결한 사람은 없다는 방증 같기도 하다. 배배 꼬여있는가 싶다가도 사람이 그렇지 뭐, 하는 이해로 마무리되는 감각. 그러니 그 모난 감정은 오래 곱씹지 말라고. 그건 그저 그런 찰나이니 쉽게 털어내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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