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와 연애 상담에 밤을 꼴딱 새던 스무 살 때가 떠올랐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때였다. 지금 내 세상의 전부는 일이다. 이제는 그 일부를 나를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해줄 동료와 후배가 있다는 것에 힘이 났다."
📚📚내 두 번째 알바는, 주휴도 없고 일도 무진장 많았다. 하지만 사장님이 참 좋았다. 돌이켜보면 그게 내 사람이 되어줄 것이라는 무한한 '신뢰'였겠지, 생각이 든다.
신뢰는 은행처럼 하루하루 쌓인다. 진 팀장의 팀도 마찬가지이다. 일만 잘하면 사생활은 상관 없다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고 맘도 안 가면 굳이 나서서 뭣 하나 해주기 싫은 게 업무 아닌가. 진 팀장의 팀도 '신뢰'와 '시간'을 쌓아가며 단단해진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사람이 드라마틱하게 한 순간에 바뀌고, 그렇기 때문에 I, 내향형 팀장이라는 문구에 염려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팀장, 외부에 관심 없는 것만큼 일과 팀만큼은 아낀다. 애증이라고 부르면 어떠랴, 진 팀장은 두통약을 먹어가며 '우리 팀원'에 대한 관심을 아낌없이 쏟고 미숙하게나마 그녀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일상담으로 보이지만, 중후반에 나오는 하이라이트를 읽곤 새벽 3시에 전율이 돋았다. 온갖 고구마가 사이다처럼 뚫리는 시원함! 학교도, 집도, 취미모임도 아닌 직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카타르시스에 몸이 떨렸다. 정말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나는 인턴 나부랭이지만 의외로 회사에서는 많은 것이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런 큰 사건도 현실감있고 디테일해서 흥미진진했다.
사담이지만 우연찮게도 '진서연'이라는 이름은 팬픽사이트에서 활동하던 내 필명(?) 이었다. 마침 저자인 권도연 작가님의 취미도 팬픽이라고 하니 내 미래 이야기인것 마냥 공감됐다. 내향적이지만 어떻게든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 내 꿈이자 희망 사항은 아닌 미래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팀원과 협업할 방법을 찾고, 진통제를 오일로 바꾸었다는 사소한 나의 계발로도 위로와 성장이 되는 게 사회 생활 아닐까. 어느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과 교류하는 쾌감은 그 어떤 게임과 문화생활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쾌감을 훨씬 상회한다고 한다. 사회 생활 초반에 상사에게 쌓은 인간관계, '예쁨'에 익숙해지는 것도 잠시 이제 '예쁨'을 나누어줘야 하는 팀장님이 될 시간이 된다. 이 소설에 빠지게 된 나 MZ는 금세 대한민국 직장인이 된다.
"친한 친구와 연애 상담에 밤을 꼴딱 새던 스무 살 때가 떠올랐다.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때였다. 지금 내 세상의 전부는 일이다. 이제는 그 일부를 나를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해줄 동료와 후배가 있다는 것에 힘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