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뉴스나 TV에서 한번은 봤을 법한, 부동산 전문가인 박원갑님의 책입니다. 다른 부동산 관련 책처럼 화려한 그래프와 데이터로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거나 유망 지역을 콕! 찍어주는 류의 책이 아닙니다. 28년 넘게 부동산 전문가로서 시장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부동산' 특히, '한국 아파트' 라는 자산에 대한 생각,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 미래시대를 이끌어갈 MZ 세대의 특성과 이들이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 부동산 시장의 특성과 정부의 정책 실패의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의식주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3대 요소입니다. 과거에 비해 의(입고), 식(먹고)이 풍족하다보니, 주(사는 곳)에 대해 더 많이 신경쓰고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집은 이제 Home(사는 곳)이라기 보다는 House(부를 저장하고 늘리는 자산)이 되어, 집의 효용가치보다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지고 나아가 타인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버렸습니다.
투자 대상으로 아파트를 거래하면서, 이 시장은 비이성적으로 자주 출렁이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자 케인스의 명언처럼, 시장이 욕망, 공포, 시기심 등이 뒤섞여 투영되어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런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면 되레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아파트 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는데, 이번 하락장은 비강남, 비서울부터 시작된 것이 특징입니다.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소득 대비 가격 자체가 부풀려졌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잔파도는 무시해도 되나 큰 파도가 몰려올 때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까지 가중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안갯속 장세에서 집은 필수가 아닌 선택입니다. 굳이 싸지도 않은데 모험적 투자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큰 바위같아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호황기에는 악재가 터져도 꿈쩍하지 않고, 호재는 아무리 작아도 민감하게 움직이지만, 반대로 한번 침체되면 되살리기가 힘듭니다. 분위기가 아주 냉각될 때를 제외하고 시장은 대체로 호재를 크게 받아들이고 악재는 작게 받아들입니다. 가격의 급락은 악재가 어느 정도 누적되어 임계점을 지나서야 나타납니다. 악재가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임계점을 넘지 않으면 거래량은 정체되어도 가격은 횡보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는 사회 핵심세력이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에서 MZ 세대(1990 중반~ 2000년 초반생)으로 바뀌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쌓은 경험치는 공간 소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도심 아파트에서 자라온 MZ 세대는 콘크리트가 더 친숙합니다. 또한, 이 세대는 어떤 투자 대상이든 다 게임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임세대'입니다. 그래서 특정 자산에 머물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매력적인 곳에 투자합니다. 빚을 무서워하지 않고, 집도 사고파는 대상인 하우스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특히 표준화, 규격화된 아파트는 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돈을 얼마나 더 빨리 벌 수 있느냐가 중요한 가치 판단 기준인 이들에게,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아파트 쏠림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래 부동산 시장의 3대 키워드는 '인구', '기후', '테크놀로지'로, 인구와 기후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테크놀로지는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030년 이후 인구절벽이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되므로, 부동산 시장도 인구변화의 영향권에 접어들 전망입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집값의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고, 빈집이 늘어나더라도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구 온난화 시대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도심생활이 더욱 가치를 발휘할 것입니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사회는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고, 이 역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간략히 정리한 내용에서 보듯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고자 한다면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책 표지 첫 장에 '이 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맥을 짚게 되시길 바랍니다' 라는 저자의 자필 그대로, 저 역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좀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 향후 미래에는 어떻게 흘러갈 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깊이 있는 좋은 강의를 들은 것 같고, 재미있게 읽었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