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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키우기
책읽는렛서판다  2026/02/04 22:56
  • 산토끼 키우기
  • 클로이 달튼
  • 17,100원 (10%950)
  • 2026-01-15
  • : 2,260
지상에 겨울 팔레트가 싱그러운 봄의 초록빛에 밀려나면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래전 잊고 있던 기억의 문턱을 넘어섰다.

≪산토끼 키우기≫는 작은 생명체가 일으키는 고요한 감정적 파장에 관한 책이다.

"나는 때때로 침실로 올라가 녀석을 안아들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풀밭에 놓아주곤 했다. 그래야만 산토끼다운 산토끼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문장이 내 안에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 어린 시절, 나도 작은 새끼토끼를 키웠었다. 그때는 어려서 토끼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그 작은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오랫동안 그 기억을 죄책감으로 덮어두고 외면해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를 조금은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 토끼를 사랑했고, 그 토끼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나의 걱정과 배려, 그 모든 것들을 다시 기억해냈다.

"단지 너무 작고 저항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며 인간이 함부로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싫었다"는 저자의 말에서 사랑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할 것 같은 걸 해주는 것이라는 깨달음. 그건 비단 동물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사실이였다.

"장화가 진흙탕에서 질적거렸고 머리 생기 없는 나무들도 내가 하는 생각들보다 더 우울하진 않았다. 나의 삶이 서서히 느려지다가 이제는 신의 물처럼 가늘게 졸졸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참했다"는 구절은 한창 바쁘게 달려오다 외부적 환경 때문에 멈춰 서야 했던 순간들의 심리를 포착했다. 저자의 문장들은 섬세했고, 예술적이었으며, 무엇보다 솔직했기에 와닿았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계절이 지나가듯 산토끼의 색이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힘이 세어진 태양이 대지를 말리고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색의 대비가 더욱 날카로워질 때, 산토끼의 색도 달라졌다. 그 변화는 단순한 색의 변화가 아니라, 생명이 시간과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앞으로 모든 주변의 생명체를 사랑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로. 주변의 작은 생명들이 보내는 신호에 더 귀 기울이고,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살아가기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다가가기로 생각했다.

≪산토끼 키우기≫는 작은 산토끼 한 마리가 가져다준 치유와 성찰의 기록이었고, 동시에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오래된 죄책감과 화해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생명체가 일으키는 여파는 생각보다 크고, 깊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이 책이 훌륭히 증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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