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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렛서판다의 공간
  • 책 읽다 절교할 뻔
  • 구선아.박훌륭
  • 16,200원 (10%900)
  • 2024-07-30
  • : 932

요즘 글을 많이 다루고 가지고 노는 문인들의 표현에 흠뻑 빠졌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분노 혹은 슬픔을 표현할 때조차 그들은 확실히 남다르다. (궁금하면 작가 분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두는 블로그나 SNS을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욕설과 날 것의 감정 표출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 표현들이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욕을 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세련되고 정갈한 문체에 가끔 약간의 유머를 얹어 예술적으로 비판한다. 먹은 음식이 체취를 이루듯, 자주 접하는 글이 그 사람의 정신적 향기를 만든다는 책 속의 문장에 크게 공감한다. 그들이 뱉는 말과 쓰는 글 속에는 그들을 스쳐 지나갔을 많은 글들의 흔적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책 읽다 절교할 뻔>은 책방을 운영하는 공통점을 가진 두 저자가 ‘좋아하는 책과 작가’, ‘글쓰기’, ‘책방 운영’, ‘일상생활의 소소한 행복’ 등 다양한 주제로 1년에 걸쳐 주고 받은 서른 여섯 번의 편지를 엮어낸 것이다. 그렇다보니 편지 속에는 네 개의 계절이 지나가는 표현들이 등장하고, 이는 시간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부분이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뭐든지 빠른 소통이 대세가 된 요즘 보낸 메시지에 몇 시간 내로 답장을 보내지 않는 것은 무례가 되고, 메시지를 읽었다면 그 즉시 답장을 주는 것이 예의가 된 시대이다. 그 속에서 우편함을 통해, 지면 위에 충분히 질문에 대한 생각과 그 간의 경험을 쌓아 다시 천천히 생각을 편지 위에 적어 답하는 방식이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독서 모임을 가 본 사람들도 알겠지만, 독서를 하는 사람 간의 대화는 정말 즐겁다. 독서는 고독한 정신적 여행인데, 내가 느낀 감정을 타인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걸 발견해도 반갑고, 같은 책을 읽었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는 걸 알아도 신선해서 즐겁다. 그래서 두 저자의 오고 가는 편지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저도 그 즐거운 대화에 껴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끼고 싶습니다. (감히) 저도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였다.


이 책에는 총 45권의 책이 대화 속에 녹아서 등장한다. 참 재미있었던 게 그냥 지나칠 법한 일상 속 에피소드에서도 문득 어떤 책을 떠올리고, 그 마주한 경험과 책 속 메세지를 엮어 저자만의 새로운 것으로 자아내는 것이다. 그럼 그 걸 들은 다른 저자는, 비슷한 결의 다른 책을 언급하며 또 그 책의 매력을 나열하는 것이다.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고, 서점에 가면 신나게 ‘난 저것도 저것도 저것도 다 읽어봄!’ 하고 까불기나 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도 많았고 생전 처음 들어본 작가와 책들도 있었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니 또 설레고 그랬다.


입추이긴 해도 아직 기온은 여름 기온이라 그런지 늦은 여름과 가을철에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여름을 담은 책 소개에 유독 눈이 많이 갔다. 아마 날이 좀 더 추워진 겨울이 되면 또 이 책을 열어 겨울 즈음에 떠오른 책들을 기웃댈 것이고 날이 풀리면 또 연둣빛 봄같은 책들은 어떤 것이 소개되었나 볼 것이다. 장점은, 1년 중 어느 때에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이야기를 양껏하는 이야기를 가까이서 보면서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태기가 온 사람들에게는 다시 책이 읽고 싶어지는 책일 수도 있다.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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