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을 많이 다루고 가지고 노는 문인들의 표현에 흠뻑 빠졌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분노 혹은 슬픔을 표현할 때조차 그들은 확실히 남다르다. (궁금하면 작가 분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두는 블로그나 SNS을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욕설과 날 것의 감정 표출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 표현들이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욕을 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세련되고 정갈한 문체에 가끔 약간의 유머를 얹어 예술적으로 비판한다. 먹은 음식이 체취를 이루듯, 자주 접하는 글이 그 사람의 정신적 향기를 만든다는 책 속의 문장에 크게 공감한다. 그들이 뱉는 말과 쓰는 글 속에는 그들을 스쳐 지나갔을 많은 글들의 흔적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책 읽다 절교할 뻔>은 책방을 운영하는 공통점을 가진 두 저자가 ‘좋아하는 책과 작가’, ‘글쓰기’, ‘책방 운영’, ‘일상생활의 소소한 행복’ 등 다양한 주제로 1년에 걸쳐 주고 받은 서른 여섯 번의 편지를 엮어낸 것이다. 그렇다보니 편지 속에는 네 개의 계절이 지나가는 표현들이 등장하고, 이는 시간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부분이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뭐든지 빠른 소통이 대세가 된 요즘 보낸 메시지에 몇 시간 내로 답장을 보내지 않는 것은 무례가 되고, 메시지를 읽었다면 그 즉시 답장을 주는 것이 예의가 된 시대이다. 그 속에서 우편함을 통해, 지면 위에 충분히 질문에 대한 생각과 그 간의 경험을 쌓아 다시 천천히 생각을 편지 위에 적어 답하는 방식이 참 매력적으로 보였다.
독서 모임을 가 본 사람들도 알겠지만, 독서를 하는 사람 간의 대화는 정말 즐겁다. 독서는 고독한 정신적 여행인데, 내가 느낀 감정을 타인도 비슷하게 느꼈다는 걸 발견해도 반갑고, 같은 책을 읽었는데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는 걸 알아도 신선해서 즐겁다. 그래서 두 저자의 오고 가는 편지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저도 그 즐거운 대화에 껴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끼고 싶습니다. (감히) 저도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요…’ 였다.
이 책에는 총 45권의 책이 대화 속에 녹아서 등장한다. 참 재미있었던 게 그냥 지나칠 법한 일상 속 에피소드에서도 문득 어떤 책을 떠올리고, 그 마주한 경험과 책 속 메세지를 엮어 저자만의 새로운 것으로 자아내는 것이다. 그럼 그 걸 들은 다른 저자는, 비슷한 결의 다른 책을 언급하며 또 그 책의 매력을 나열하는 것이다. 나름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고, 서점에 가면 신나게 ‘난 저것도 저것도 저것도 다 읽어봄!’ 하고 까불기나 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도 많았고 생전 처음 들어본 작가와 책들도 있었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니 또 설레고 그랬다.
입추이긴 해도 아직 기온은 여름 기온이라 그런지 늦은 여름과 가을철에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여름을 담은 책 소개에 유독 눈이 많이 갔다. 아마 날이 좀 더 추워진 겨울이 되면 또 이 책을 열어 겨울 즈음에 떠오른 책들을 기웃댈 것이고 날이 풀리면 또 연둣빛 봄같은 책들은 어떤 것이 소개되었나 볼 것이다. 장점은, 1년 중 어느 때에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이야기를 양껏하는 이야기를 가까이서 보면서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태기가 온 사람들에게는 다시 책이 읽고 싶어지는 책일 수도 있다. 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