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유희를 읽고서
책읽는렛서판다 2024/04/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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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유희
- 이가라시 리쓰토
- 15,300원 (10%↓
850) - 2024-03-21
: 797
아가라시 리츠토가 현역 사법 수습생 시절에 쓴 소설이며 만장일치로 제62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미스테리가 읽고싶다”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이 소설은 만화화되고 영화화되었으니 여러 차례 대중적인 재미와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법을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한 의도에 걸맞게 소설은 더할나위 없이 재미있다. 또한, 대중들이 접근하기 쉽게 형법을 고른 것도 잘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형법에서는 반드시 우선 누군가가 죽거나 다치면서 적용된다. 그리고 그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과정이 탐정과 흡사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나 또한 로스쿨 재학 시절에 형법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다. 흥미와는 별개로 책임과 죄질이 민사법에 비해 엄중한만큼 더 의심할 나위없는 증거가 요구되고, 소송할 때 절차 또한 인권이 해쳐지지 않는 않는 선에서 제대로 지켜져야 되며 그것을 재판하는 판사도 본인의 시선이나 개인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게 오직 논리와 증거 기반으로 재판을 해야하는 신중함이 가미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형법 외에 추가적으로 증거법, 형사소송법이 요구되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시에는 죄를 지어도 혐의가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𝘴𝘵𝘳𝘶𝘤𝘵𝘶𝘳𝘦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로스쿨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고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2부는 무고게임에서 파생된 미스테리한 사건의 전말을 푸는 전개를 보여준다. 전개 내내 극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지루함이나 늘어짐이 없다. 또한, 조금이라도 생소할 것 같은 법적 개념은 친절하게 여백에 설명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캐릭터들이 (굳이) 길게 설명하기까지 한다. 마치 로스쿨 1학년생들의 소크라테스식 토론처럼 말이다. 어느 법적 개념이 있으면 그걸 질문하는 사람이 하나 있고 그걸 대답하는 천재 & 모범생 학생이 있는 식이다. 그래서인지 전문 지식 하나 없이도 접근하기 용이하다 느꼈다.
𝘴𝘶𝘮𝘮𝘢𝘳𝘺
하위권 로스쿨 호토 대학에는 학생들 간의 갈등을 자체적으로 재판하여 해결하는 ‘무고 게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모의 재판과 다른 점은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경우, 거꾸로 게임을 신청한 피해자/원고가 벌을 판사 역을 하는 학생이 정한 벌을 받는다.
오랜 소꿉친구 사이인 구가 기요요시와 오리모토 미레이는 변호사를 꿈꾸며 호토대학교에서 몇 안되는 사법고시를 합격할 우등생으로써 학교 생활을 조용히 하지만 어느 날, 의문의 사람으로부터 과거를 폭로당하면서 협박을 당하기 시작한다.
과연 누가 주인공들의 과거를 폭로하는 건지, 폭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죄에는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으며 어디까지 처벌되어야 하는지, 범죄자를 처벌할 권한은 누가 쥐어야만 하는 건지, 법이 아닌 다른 타개 수단이 있는지, 이 많은 질문을 작가는 소설의 형태로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풀어나간다.
𝘱𝘦𝘳𝘴𝘰𝘯𝘢𝘭 𝘵𝘩𝘰𝘶𝘨𝘩𝘵
소설 뒤로 갈수록 안타까움과 갑갑함과 뭔지 모를 감정에 가슴이 메여오는 걸 느꼈다. 우리는 공부를 하는 원인으로 “앞으로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라는 말을 많이 듣고는 한다. 그 말을 하면서 그 속뜻을 어디까지 이해하는지는 몰라도, 선택지가 별로 없는 삶,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삶을 가까이서 보는 건 참담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읽는 내내 참 이것밖에 방법이 없는건가 계속 스스로 되물었다. 주인공들이 참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가는 등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졌다. 수업 시간에 저소득층일 수록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죄에 더 쉽게 노출 될 수 밖에 없는 데에 비해 그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가혹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던 형사소송법 교수님도 언뜻 생각났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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