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는 여자는 『안녕, 나의 한옥집』을 쓴 이수진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엄마의 삶이 책이 될 수 있지.
텍스트도 이미지도 아닌 엄마의 삶을 딸이 읽어주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여자의 시의 배경과 함께 해석해주고 작가의 생각을 보태기도 한다.
여자의 시를 읽으며 안구가 촉촉해지고,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여자가 20~30대에 택한 시어는 고아함과 참신함이 느껴졌다.
감각적인 시는 읽는 이의 감각을 깨워 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여자의 딸인 작가는 시를 통해 엄마를 다시 만나고 있다.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를
이제 시를 쓰던 당시의 엄마의 나이를 살아본 후에 엄마를 읽고 쓰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내 엄마를 조금씩 읽을 수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의 가정 선생님의 이름
“홍00, 김00”을 기억하고 함께 한 시간들을 회상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시간여행은 근래에 책을 통해 가져보지 못한 경험들이다.
이는 작가가 여자의 시를 여자의 삶과 자신의 삶을 통한 일화들로 해석해 주었기에 가능했다.
삶의 힘든 시기에 엄마에게 시가 있어 감사했다.
작가를 통해 딸, 아내, 며느리, 엄마, 교사로서 살아온 엄마의 시간들이 오토바이 타는 여자로 다시 태어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딸아, 고맙구나. 엄마를 이해해주고 엄마의 인생과 함께해주어서 고맙구나. 이제는 엄마의 인생이 딸의 인생이 되고 딸의 인생이 엄마의 인생이 되었구나. 엄마의 길이 네 길이고 네 길이 또 엄마의 길이구나. 그렇다면 엄마가 늙은 사람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 너의 글 속에서 엄마는 언제까지나 젊은 여인으로, 뜨거운 가슴의 시인으로 살아 숨 쉬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추천의 글에서 나태주 시인-
책에 나온 시인 김정임의 모든 시들이 좋았지만 아래는 그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시이다.
아버지1
당신이 가고 나서부터
밤이면
한쪽 팔이 시립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몸이 떨립니다
눈이 오면
육신이 얼어갑니다
북풍이 부는 밤이면 또
당신을 따라나섭니다
천안삼거리 피양까지
발 부르트게 걸어서
광목 목도리 두르고
기차간에 앉아
신의주를 거쳐
헌 트렁크 하나 든 채
북만주 벌판을 헤매입니다
당신이 가고 나서부터
나는
춥고 배고픈
미친바람입니다.
여자는 밤이면 대장장이 아버지가 아팠던 “한쪽 팔이 시”렸고, “비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가 젖었던 그날, 남들을 구하다가 아비를 잃을까 두려웠던 그날이 떠올라 “몸이 떨”렸고, “눈이 오”고 “북풍이 부는 밤이면” 만주벌판에서 가족들을 위해 밤마다 굶주림에 잠 못 이루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육신이 얼어”갔다. 아버지를 떠올리면 여자는 “춥고 배고픈 미친 바람”이 되었다.
엄마 2
네가 태어날 때
비로소
세상을 보았다
네가 옹알이를 시작할 때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큰 머리에 다리만 길다란
손가락이 다섯 개인 사람을
파란 크레파스로 그릴 때
사람의 다리가 얼마나 긴가
그래 손가락 다섯 개가 얼마나 소중한가
사람도 파랄 수 있구나
새롭게
새롭게
엄마는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제
너는 열아홉
나는 열다섯
네가 뒤돌아 보아주길 바라며
여기 서서
발을 구른다.
풀꽃만 아는 이야기
너무 오오래전 이야기라
알고 있을까 몰라.
그날
은회색 참밀대
물살과 빛의 야살짓던 눈짓
강바람.
백양나무 숲의 소살대던 이야기
갓 깬 배추흰나비의 비늘
모래의 능선이
어느 아침
갑자기 바꾸어진
석상
한 점 역사처럼
그마다의
소중스런 몸짓으로
뒤채였음을, 순간 빛났던가를.
어쩜 알고 있을까 몰라.
참아도 뛰던
가만한 가슴을
아프도록 꼬옥 모으면
실핏줄 선연한
손을.
<꿈의 도서관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