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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붉은광장
  • 이야기 폴란드사
  • 김용덕
  • 23,750원 (5%1,250)
  • 2013-04-10
  • : 262
이야기 폴란드사 서평: 간략하게 읽어보는 폴란드 역사

폴란드(Poland). 아마 한국인들 중에 폴란드라는 나라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필자가 폴란드라는 나라를 알게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보다 세계사 만화책과 다큐멘터리를 접하면서였다. 아마 중1때였을 것이다. 독일의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폴란드라는 나라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10대 시절 내가 기억하는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게 가장 먼저 침공당해 먹혔던 나라였다. 아마 그 시절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수용소의 상징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Auschwitz-Birkenau)가 폴란드에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 같다.

폴란드에 대해 사실상 제대로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 1940년 카틴 대학살에 대해 대학생 때 알게 됐고, 전역 이후 복학한 다음 폴란드 자유노조에 대해 알게됐다.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홍콩 시위를 강력히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홍콩 시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는 페친들도 볼 수 있었다. 해당 입장을 보니 폴란드 자유노조의 반혁명과 무엇이 다르냐는 글을 보게 됐다. 그때 처음 자유노조를 알게됐다.

이후 코로나 초기 미국의 영화 감독인 올리버 스톤과 역사학자 피터 커즈닉이 쓴 ‘아무도 말하지 않는 미국 현대사(The Untold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완독했고, 그 책에서 폴란드 자유노조가 CIA에게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비슷한 시기 폴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사를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왜곡한다는 것도 알게 됐으며, 거기에 대한 반론 글을 운동권 단체에 기고한 적도 있었다.

필자가 폴란드를 직접가본 것은 2024년이었다. 바르샤바와 크라쿠프에 3일간 있었고, 거기서 바르샤바 봉기 박물관과 인민 생활 박물관, 아우슈비츠 수용소, 자유노조 박물관을 들렸다. 또한, 폴란드인들이 그리도 존경하는 유제프 피우수트스키의 동상과 관련 전광판과 팜플렛도 볼 수 있었다. 폴란드를 방문한 이후에도 사실 폴란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다.

필자가 이번에 읽은 책은 제목과 같이 폴란드사 책이다. 저자는 외대 폴란드어과 명예교수고 폴란드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석박사를 거기서 취득했다. 일단 전공자가 자기 전공분야를 쓴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 눈높이에 맞춰 폴란드사 책을 집필했다. 설명체여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며, 솔직히 중학생 정도만 되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폴란드 고대 역사부터 2016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폴란드 지도자인 안제이 두다가 마지막에 언급되며, 세계최초로 쌍둥이 형제가 같이 대통령과 총리를 했던 카친스키 이야기도 나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자부터가 폴란드의 역사학적 접근법에 익숙한 사람이고, 또 책에서 밝혔듯이 철저히 폴란드 역사 교과서적 시각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소위 스탈린주의자라 비난받는 볼레스와프 비에루트에 대해 스탈린의 하수인으로 표현 하는 것과 바르샤바의 상징인 문화과학궁전을 소련 지배의 상징이라 비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1944년 바르샤바 봉기를 이오시프 스탈린이 의도적으로 방치하여, 봉기군을 나치에게 학살당하도록 의도했다는 서술이나, 폴란드 자유노조를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적극지지한 것과 얘들을 돕기 위해 경제제재를 가한 것을 칭찬하는 서술은 필자의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폴란드의 반소련ㆍ반공적 종족주의는 보면 볼수록 소름이 끼치는 수준이라 할만하다. 파시즘에 긍정적이었던 유제프 피우수트스키도 이 책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미화가 된다. 솔직히 필자는 폴란드인의 역사 인식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1919~1921년에 벌어진 소비에트-폴란드 전쟁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소비에트적 서술로 이어져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 인민민주주
의 정권 하에서 이루어진 경제성장과 성과는 얘기가 사실상 전무하다. 심지어 브로니스와프 고무우카 집권기는 경제성장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딱 한줄만 언급된다.

사회주의 시절의 폴란드는 분명 경제성장을 했다. 이는 바르샤바에 있는 인민 생활 박물관에 가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필자는 2년 전 직접 가보았기에 해당 박물관에서 제시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사실 고무우카도 반스탈린 길을 걸었던 유고슬라비아의 요시프 브로즈 티토 못지않게 수정주의적 행보를 보였던 인물이었지만, 이 책에서 기대하는 건 당연히 무리다.

한 가지 이 책에서 보충하면 좋았을 점은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학살 이야기다. 책에서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폴란드인을 학살했다고 짤페 언급되긴 하지만, 이 부분은 볼린 대학살의 사례와 학살의 규모 그리고 학살의 설계자인 스테판 반데라ㆍ미콜라 레베드ㆍ로만 슈케비치 등을 언급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폴란드인들이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 있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게 바로 이 부분의 역사다. 만약 개정판이 또 나온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다소 비판적인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중학교 2~3학년도 읽을 수 있는 수준에서 쓴 역사책이며, 폴란드 역사를 입문하기에 가장 적절한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철저히 폴란드의 시각인 것을 감안해야 된다. 책을 읽으며 새로 알게된 사실들도 제법 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폴란드계 인물들이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하여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인정받은 인물들이 있었다는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폴란드가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오히려 프랑스 보다 더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다. 흥미롭게도 폴란드의 바르샤바 공국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철저히 프랑스편을 들었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도 동참했으며, 나폴레옹이 참패한 1813년 라이프치히 전투에서도 폴란드군이 반불 연합군에 맞서 싸웠다. 물론 폴란드의 경우 러시아를 매우 싫어했고, 프랑스가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독립을 보장해준 부분이 있어서 그랬다. 폴란드가 프랑스 보다 나폴레옹을 미화한다는 것을 2년 전에 알았지만, 그 사례를 보다 살펴보니 흥미롭다.

폴란드 고대사와 중세사 그리고 근대사까지의 내용은 말 그대로 축약된 통사니 그럭저럭 읽혔다. 제2차 세계대전 내용은 솔직히 반공주의적 서술이지만, 폴란드 망명정부의 군대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로서 재밌었다. 특히 망명정부 군대, 그러니까 소련의 통수를 치고 서방진영으로 넘어온 브와디스와프 안데르스는 병력 12만 명을 데리고 소련을 넘어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지역을 거쳐 북아프리카 전선에 서방 연합군으로 합류했다. 그 과정에서 이란에서 자유 폴란드군 부대에 곰 한 마리를 기르게 됐는데, 이 곰의 이름이 바로 보이텍이다.

보이텍 관련 이야기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보이텍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군대에서 병사들과 함께 동고동락했고, 전선에 투입되어 물자를 나르기도 했다. 병사들과의 사이가 매우 좋았고, 병사들을 잘 따뤘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보이텍은 군대가 해체되면서 영국의 한 동물원에서 살게됐고, 1963년에 거기서 생을 마감했다.

폴란드 망명정부에 대해 얘기하겠다. 폴란드 망명정부는 1939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이후 영국 런던으로 망명하게 된 조직이다. 아마 한국인들에게는 수능 국어 문제로 나오던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 구절을 기억할 것이다. 사실 이들은 소련이 독소불가침 조약에 따라 폴란드 동부를 접수한 것과 기존의 반공성향 때문에 소련을 매우 미워했다. 기본 속성부터가 반공ㆍ친서방이었다. 1939년 패배한 이후 런던으로 망명한 이들은 영국 내에서 군대를 양성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의 자유 프랑스군이 영국에 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941년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하자, 소련은 이들과도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해 소련 내에서 폴란드인들이 군대를 만들게 했고, 브와디스와프 안데르스가 이 군대를 이끌게 됐다. 안데르스는 그 군대를 가지고 소련을 탈출하여 서방에 합류했고, 그 군대 중 한 부대가 앞서 얘기한 새끼 곰 보이텍을 이란에서 만나게 되어 키우게 된 것이다. 보이텍은 보급중대에서 활약했고, 1943년 이탈리아 전선, 특히 몬테카시노 전투에 참전했다. 아무튼 보이텍은 전쟁 이흔 동물원에 있으면서도 영국에 남은 폴란드 망명정부 참전용사들과 자주 만났으며, 참전용사들이 오히려 울타리를 넘어가 보이텍과 함께 있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폴란드 역사에 대해 훑어볼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책이 폴란드인의 시각에서 쓰인 거라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재밌게는 읽었다. 재작년에 출판된 동독관련 역사책 <장벽너머>처럼, 폴란드 사회주의 시절을 잘 알 수 있는 책이 나오면 좋겠다. 애초에 김용덕 명예교수의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에 궁금증이 있다. 사실 카트야 호이어가 서방적 시각이 있음에도 동독 사회주의 시절을 비교적 잘 다뤘다. 따라서 폴란드 사회주의 시기의 역사도 충분히 서방의 역사학자가 그런 식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한 기대를 걸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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