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똑같을까?
theatre-arts 2021/12/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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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을까?
- 이희은
- 13,500원 (10%↓
750) - 2021-11-30
: 181
만 32개월 아기와 함께 읽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기가 먼저 읽은 후 나와 같이 읽고, 그리고나서 나 혼자 다시 읽었다.
"똑같아! 어? 이거랑 이거랑 다르네? 나는 분홍색이 가장 좋아!"
선명한 색이 눈에 띄었는지, 낮은 책상에 올려둔 그림책을 나보다 먼저 집어든 아기는 그림책을 쫑알쫑알 읽어나갔다. 말을 잘 하는 편이라 책장을 넘기며 장마다 자신의 생각을 더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아기 목소리로 들은 예고편을 뒤로하고, 아기와 내가 함께 앉아 다시 그림책을 만났다.
토마토 같기도 하고 공 같기도 한 동그라미들이 나온다. 모두가 같아 보였던 그들은 각자의 색, 각자의 마음, 각자의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마음일 때도 있다.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순간. 물론 표현하는 방법, 느끼는 강도가 다를 순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져 있다는 따뜻한 연대감.
"내일 또 만나!"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그들을 만나러 다시 첫장을 펼쳤다.
나와 관계하는 수많은 누군가가 스쳐 지나갔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고 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가?
매순간 나는 누군가를 강요하고 내 식대로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같은 곳을 보고 있다한들 표적이 완벽하게 일치하다고 할 수 없진 않은가. 그걸 잊고 내 시선과 동일하길, 누군가에게 바라고 있지는 않냐는 말이야.
부끄러웠다.
공감, 공동체, 동질감과 같은 말로 내 올가미에 갇혀있을 누군가에게 미안했다.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우리는 정말, 똑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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