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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읽어보는 SF소설이다. 아니, 얼마 전에도 다○메이지라는 SF 무협 판타지 짬뽕물을 읽기는 했지만 여튼 SF소설을 읽었던 것은 정말 오래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H. G. 웰스의 '타임머신'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나라 소라리아'를 참 재밌게 읽었던 때가 초등학교 4,5학년 쯤이었을 때였고, 그 이후로 제대로 된 SF소설을 읽은건 이게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시다 이라(石田衣良)를 아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최근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가 3부작으로 국내에 출판된 적이 있고, 이 소설의 인기가 워낙 높아 드라마 화까지 되었으니 어느정도 일본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름 정도는 들어봤음직한 작가다.

이시다 이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이다. 물론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도 꽤 좋아하지만, 워낙 둘의 작품은 추상적인 것들이 강해 무라카미 류의 '엑소더스'와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제외하면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반면 이시다 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만을 사용하며, 나는 이 작가의 '잠들지 않는 진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작품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다.

따라서 당연히 이 작가의 SF소설인 '블루 타워'또한 충분히 현실적인 소재를 내용으로 다루고 있고, 최근에 접한 소설 중에서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가장 재밌던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911테러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고 하는 이 소설의 소재는 고도의 기술 사용에 대한 인류의 자격 미달이다. 현재 기술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눈부신 발전을 이뤄가고 있지만 범죄와 정치싸움은 여전하다. 고도의 기술력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분명 모든 인류에게 이롭게 쓰여야 할 발전된 문명이 도리어 칼날을 돌려 다가오는 일도 생길 것이다. 블루 타워는 그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에게 주어진 힘은 너무 크지만 그것을 통제할 만한 능력이 부족할 때, 어떠한 비극이 일어나는지를 정말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덮었을 때, 나는 과연 이 지구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시간이 1억년은 고사하고 1만년이라도 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상상 속에 있는 외계인 침공보다 인간들의 잘못으로 인류가 멸망할지 어떻게 아는가. 불과 몇십년 만에 몇십만년에 걸쳐 형성된 빙하의 절반이 녹아버렸고, 현재도 급속도로 붕괴가 진행중이다. 오존층은 더욱 더 파괴되어 직사광선의 투과량이 점점 늘어날 것이고, 과도한 이산화탄소 방출은 온난화를 가속시켜 기상 이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정말로 미래의 인류는 우리의 푸르른 초원과 파란 하늘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ps. 읽은 사람들만 이해할수 있는 글

후반부 읽으면서 내내 타임캡슐 아... 타임캡슐 아... 멍청아!! 이랬습니다.
근데 작가도 타임캡슐 생각했다가 여자가 아까워서 안 썼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주인공이 막 부럽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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