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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바람
  • 이탈리아나
  • 주세페 카토첼라
  • 18,000원 (180)
  • 2026-07-01
  • : 460
#협찬


📚 <이탈리아나>


​🇮🇹 하나 된 이탈리아라는 찬란한 축제 뒤,
총을 들어야 했던 사람들

​우리가 흔히 아는 이탈리아 통일 역사는
가리발디 장군 같은 멋진 영웅들이 붉은 셔츠를 입고 돌격해
나라를 하나로 합친 찬란한 신화잖아요.
하지만 주세페 카토첼라의 소설 <이탈리아나>는
그 화려한 건국 축제 이면에 가려져
철저하게 잊히고 버려졌던 사람들의
진짜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이 소설의 한가운데에는 19세기 후반,
가난과 억압에 맞서 산속으로 들어가 총을 들었던
실존 인물 마리아 올리베리오, 일명 '치칠라'라는
매력적인 여성의 삶이 살아 숨 쉬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낯선 단어인 '브리간테(Brigante)'는
원래 산적이나 무장 도적을 뜻하는 말이에요.
하지만 통일 이탈리아 역사 속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한 존재들이었어요.
​북부 엘리트 중심으로
나라가 급격하게 합쳐지는 과정에서,
소외된 남부 지방의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은
오히려 통일 전보다 훨씬 더 가혹한
세금과 착취에 시달리게 돼요.
당장 굶어 죽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린 이들이
생존을 위해 무장 봉기를 일으켰고,
국가에서는 이들을 한낱 잡범이나
'산적(브리간티)' 무리로 규정해 사냥하듯 토벌해 버려요.
.
​주인공 마리아 역시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지만
늘 배움을 갈망하던 총명한 아이였어요.
그저 가족들과 평범하고 오순도순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부조리한 현실과 폭력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죠.
남부 여성들을 옥죄던 가혹한 가부장제와 굶주림 속에서
벼랑 끝까지 밀려난 마리아는,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산속으로 들어가
전설적인 여성 브리간테 '치칠라'로 다시 태어나게 돼요.

​작가는 이들을 억지로
착한 영웅으로 미화하거나 옹호하지 않아요.
그들이 저지른 잔인한 폭력과 모순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동시에 왜 평범했던 민중들이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배신당해 스스로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남부의 뜨거운 흙먼지 냄새와 함께 생생하게 그려내요.

📖 역사책에 단 몇 줄의 '폭도'나 '산적'으로 기록되고
쓸쓸히 사라져간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를
조명하는 작가의 시선이 흥미로웠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통일이나 개혁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장 오늘 아침 먹을 빵을 빼앗아가는
깡패 짓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는 걸
아주 생생하게 보여주거든요.
힘 있는 자들이 쓰는 뻔한 역사 뒤에는
늘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지워진
진짜 약자들의 눈물이 숨어 있기 마련이니까요.

​똑똑했던 시골 소녀 마리아가
남부 특유의 숨 막히는 가부장제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총을 든 사수이자 전사로 변해가는 과정은 몰입감이 넘쳐요.
멋진 정치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답게 살아남고 싶어서 총을 쥔 거였거든요.
숲속 험한 바위 틈에서 잔인하게 총을 쏘아대던
치칠라의 독한 모습 뒤로,
평범하게 행복하고 싶었던 한 인간의
진짜 외로움이 겹쳐 보여 씁쓸하기도 했어요.

​선과 악이라는 편리한 반쪽짜리 잣대로
사람을 너무 쉽게 평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남부 사람들의 떼강도 짓은 분명 나쁜 범죄지만,
그들을 그렇게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은 건
모른 척 등 돌린 국가와
돈줄을 쥔 북부 자본가들이었을 테니까요.
오늘날까지 이탈리아가 남쪽 북쪽 갈라져서
으르렁대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된 건 물론이고,
당장 내 주변에서 '어쩔 수 없다'며 조용히 소외당하는
이웃들은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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