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남긴 것
꽃샘바람 2026/07/1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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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가 남긴 것
- 애너 퀸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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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 <애니가 남긴 것>
🍳 밥상 차리다 갑자기 사라진 엄마, 멈춰버린 집구석 분투기
보글보글 찌개 끓이고 두부 썰던 엄마이자 아내 애니가
갑자기 부엌에서 쓰러져 죽었어요.
진짜 허무하고 뜬금없는 이별이죠.
퓰리처상 수상 작가 애너 퀸들런의 소설
<애니가 남긴 것>은 그렇게 중심축이 툭 끊겨버린 가족이
애니 없는 첫 일 년을 어떻게 버둥거리며 살아내는지
보여주는 책이에요.
가족의 사소한 빈자리가 집안 전체를 어떻게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는지 소름 끼치게 보여주는 책이에요.
평생 요양원 조무사로 일하며 네 아이를 키우느라 바빴던
서른일곱 살 애니가 어느 날 저녁 식사로 두부를 썰다
부엌 바닥에 툭 쓰러져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요.
이 비극적인 첫 장면 이후,
소설은 애니가 사라진 집구석에 남겨진 아빠 빌과
네 아이들이 겪어내는 지옥 같은 첫 일 년을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아주 촘촘하게 보여줘요.
주인공들은 슬퍼하느라 바쁜 게 아니라,
당장 굴러가지 않는 일상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장례식장의 검은 상복을 벗자마자 이들에게 닥친 건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 바구니와 텅 빈 부엌 찬장이에요.
엄마 냄새가 밴 행주를 누군가 빨아버릴까 봐
방구석 깊숙한 곳에 숨겨놓는 사춘기 딸 알리,
속상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엇나가며
집안의 든든한 맏이 역할을 거부하는 오빠 앤트,
그리고 매일 밥상을 차려주고 아이들을 챙기던
아내의 ‘손길’이 사라지자 당장 사는 법을 몰라
머리를 쥐어뜯는 아빠 빌까지.
여기에 요양원 동료들과 이웃들은 찾아와
"애니는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며
착하디착한 추억담을 늘어놓지만,
정작 딸 알리는 그 성인군자 같은 소리에 속이 뒤집어져요.
가끔은 짜증도 내고 피곤에 찌들어 있던,
진짜 날것의 인간 애니를 어른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
예쁘게 포장해서 가짜로 박제해 버리는 것 같았거든요.
슬픔에서 겨우 한 발짝 벗어나려 하면
"내가 엄마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스스로를 배신자처럼 채찍질하는 이 가여운 가족들.
소설은 이들이 서로 "내가 더 아프다"며 날을 세우고,
서툴게 밥을 태워 먹고, 엉망으로 엉킨 빨래를 개면서도
신기하게 조금씩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지나
다시 겨울로 소생해 나가는
일 년의 발자국을 탄탄하게 담아냈어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소름 돋았던 건,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는 꼬락서니가
너무나 지질하고 못나서였어요.
보통 책이나 영화에서는 가족이 죽으면
세상에서 제일 애틋한 사이였던 것처럼 꺼이꺼이 우는데,
여기선 부엌 찬장 앞에서
"빨래는 누가 하지?" "나 이제 밥은 어떡하냐" 하면서
당장 자기 손발 불편해진 것부터 원망하잖아요.
그 이기적이고 찌질한 모습들이 너무 진짜 사람 같아서
보는 내내 심장이 쿡쿡 쑤시더라고요.
게다가 사춘기 딸 알리가 어른들 위선에 대고
빽 소리 지르는 장면들이 그렇게 속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
위로한답시고
"엄마는 좋은 곳으로 갔단다" "엄마는 천사였어" 하고
예쁜 말로 대충 덮어버리려는 어른들한테,
"우리 엄마 가끔 피곤해 쩔어 있었고 성질도 부렸다"
면서 굳이 '죽음'이라는 단어를 날카롭게 들이밀잖아요.
슬픔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분노로 터뜨리는 그 삐딱한 깡다구가,
차라리 훨씬 건강하고 솔직한 애도처럼 느껴졌어요.
솔직히 우리도 살면서 진짜 소중한 사람을 보내고 나면,
슬며시 웃음이 나거나
맛있는 걸 먹을 때 덜컥 죄책감부터 들잖아요.
'내가 벌써 그 사람을 잊어가나? 나 진짜 못됐다' 하면서요.
잊는 게 배신처럼 느껴져서
일부러 더 아파하려 버둥거리는 그 질척한 감정들을,
작가는 차분하게도 따라가요.
상실이라는 커다란 흉터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도
우리는 결국 또 내일 아침에 눈을 뜨고 빨래를 개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게 먹먹하면서도 안도감을 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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