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라는 단어에 불쾌하거나 부정적인 단어를 연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디즈니는 동심과도 같아서, 어린 시절을 장식하기도 하고 혹은 어른이에게 순수함을 상기시켜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전래동화보다도 라푼젤,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 등의 외국 이야기가 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디즈니의 공이 크다.
100년 이상은 한 사람이 살기에도 꽤 머나먼 여정이다. 하물며 사람이 만든 회사나 브랜드가 100년 이상 지속적으로 주목을 받기란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았다. 하지만 밥 아이거의 두뇌 속 기억장치와도 같은 이 책 '디즈니만이 하는 것'의 시작하는 글에서 곧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디즈니가 주목을 받는 행보를 걸을 수 있었는지, 밥 아이거가 명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자신이 그 위치를 경험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나 사회적 지위, 알력 관계 등을 알아채기 힘들다. 더더군다나 전 세계에 직원이 있는 디즈니의 CEO 아닌가. 그런 그가 '시작하며'에 쓴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개장과 맞물린 올랜도에서의 사고에 대한 일화는 한 편의 드라마같으면서도, 그의 성정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어 본 내용을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밥 아이거는 어렸을 때부터 새벽에 일찍 일어났고, 그렇게 새벽에 일어난 시간을 소중히 했다. 어렸을 땐 뉴욕타임즈를 식탁에서 읽었고, CEO를 하면서는 사색과 독서, 운동하는 '본인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했다. 그런 시간이 그에게 생각의 전환과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일상의 시간으로 작용했을 거라는 건 불보듯 뻔하다. 책을 읽는 내내 '명확하다'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밥 아이거는 자신이 경험한 것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알고 있었고, 그 교훈을 토대로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하고 노력했다.
정말 인상적이었던 일화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부문의 회생을 위한 방안으로 (실현가능성이 퍽 낮아보이는) 픽사를 인수하겠다고 이사회에 얘기했던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밥 아이거는 픽사의 주주였던 스티브 잡스를 만났고, 픽사에 방문해서 작업하는 환경을 봤다. 그 당시 픽사에서 작업하는 영화들을 나열하는 문장을 봤을 때 뒷목이 쭈뼛섰다. 모두 익숙한 영화 제목이었고 상당수는 재탕하며 봤던 영화들이었다.
한 사람이 한 직장을 45년 다니면서 해왔던 일들에 대해 되돌아보고 배운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해도 감탄할 정도인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디즈니에서 CEO로 일한 사람의 직장 생활 45년은 어떤 것일까. 막연하게 생각하면 상상도 안갈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신기했다. 너무도 명확하다. 게다가 신뢰도 생긴다. 사례들에 맞춘 교훈을 억지로 도출해 내기라도 했다면, 뻔하디 뻔한 자기계발서와 똑같다고 치부하며 책을 덮었을 것이다.
밥 아이거가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자신이 리더십 원칙이나 그 비슷한 아이디어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면 독자들은 이 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어떻게 행동으로 해왔었는지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다독해도 전혀 진부하지 않을 스토리텔링이라서 솔직히 질투가 난다. 디즈니의 CEO는 어떤 건지 엿보려고 했는데 재미까지 있잖아!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개인적인 생각을 듬뿍담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