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다듬기

• 멸치 다듬기
• 이상교
• 2024-02-28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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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룻 바닥에 신문지를 크게 깔고 박스에 담긴 국물용 멸치를 쏟아내 엄마와 함께 멸치를 다듬던 기억이 떠오른다. 적당히 마른 큰 멸치의 대가리를 떼고 몸통을 반으로 갈라 검은 똥을 떼다 보면 짜고 고소한 내가 풍긴다. 그러면 어느새 손질된 멸치들은 내 입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바다 냄새가 물씬 나는 멸치를 오물오물거리면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맛이 참 좋다.

이상교 작가님 글과 밤코 작가님 그림으로 냉동실에 갇혔던 멸치들이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멸치들은 신문지 위 세상이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우주여행도 가고 명화도 감상한다. 멸치의 눈엔 신문 속 주인공들이 다 멸치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밤코 작가님의 어린 시절 사진과 밤코 작가님이 그린 이상교 작가님의 얼굴도 볼 수 있다.

책장을 넘기며 '대가리 떼고, 똥 빼고'를 중얼거리다 보니 냉동실 손질 안 된 멸치를 기어이 꺼내게 된다. 멸치로 육수를 내 잔치국수를 만들고, 묵은지 한 쪽을 꺼내 멸치를 한 줌 넣고 지지게 된다. 오늘은 멸치가 주인공이 된다. 작은 녀석이 존재감은 1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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