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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peaking님의 서재
로재나
imspeaking  2024/02/12 20:35
  • 로재나
  • 마이 셰발.페르 발뢰
  • 13,500원 (10%750)
  • 2017-02-28
  • : 2,329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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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어느 날, 막힌 수로를 뚫기 위해 준설작업을 하던 중 버킷에 나체의 여자 시신이 걸린다. 죽은 여자는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성폭행을 당한 후 교살에 의한 타살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범죄수사국의 수사관이었고 살인 수사과에서 일한 지 8년이 돼가는 마르틴 베크는 일 잘한다는 소리는 듣지만, 두 자녀를 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일에 몰두하다 보니 자식들과도 소원하고 부인에게 잔소리도 많이 듣는 평범한 수사관이다. 그는 동료인 콜베리와 멜란데르와 함께 살인 사건의 해결을 돕기 위해 시신이 발견된 모탈라의 경찰서에 파견된다. 그곳의 경감 라르손과 경위 알베르와 함께 장장 반 년에 걸쳐 사건을 해결한다.

신원을 전혀 특정할 수도 추측할 아무런 단서도 없이 전라의 시신만으로 신원을 추적하고 그녀를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길고 지난한 수사 과정은 꽤나 현실적이다. 푸아로나 셜록 홈스처럼 천재적인 머리로 사건의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한 독자는 당황할 수 있다. 마르틴 베크는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의 수사 과정에는 지독한 노동력과 수고가 동반된다. 죽은 여자가 미국인이며 도서관 사서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스웨덴을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까지 그는 그녀가 탈 법한 유람선들을 찾고 승객 명단을 일일이 조사한다. 게다가 형식이 제각각인 탐문 보고서는 수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작은 단서라도 얻으려고 승선객들의 사진들을 취합하는 과정은 눈물겹다. '네 개의 대륙에 흩어진 여든다섯 명의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공조는 필수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미국 경찰관 카프카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됐지만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베크와 카프카의 대화에선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한다. 지금으로선 갸우뚱할 일이지만 이 책의 배경은 1960년대 스웨덴이다.

의심되는 범인을 끝까지 지켜보며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며 불침번을 서는 경찰관들의 모습은 짠하기까지 하다. 획기적인 증거나 사건의 실마리가 그냥 뚝 떨어지지 않는다. 두 발로 뛰고 열심히 찾아다니며 증거들을 모은다. 때론, 좌충우돌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사실적이어서 사건의 긴장감을 더 주기도 한다.

'북유럽 범죄 소설의 선구자'로 불리는 마르틴 베르크 시리즈는 주인공이 혼자 활약하며 북 치고 장구 치는 게 아닌 동료 경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건을 사실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기존의 탐정 추리물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다.

🔖그가 지난 세 달 동안 진심으로 바란 것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정한 수사가 시작되는 순간. 그간은 흡사 칠흑 같은 어둠에 휘감긴 채 늪을 빠져나가려 버둥대는 신세였다면, 이제는 처음으로 발밑에 단단한 땅을 디딘 기분이었다. 다음 단계도 그다지 멀지 않을 것이다. (103p)

#로재나 #마르틴베크 #마르틴베크시리즈
#엘릭시르 #문학동네 #추리소설 #독서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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