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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데굴데굴
  • 그 살인, 본격 미스터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가타오카 쇼
  • 16,020원 (10%↓890)
  • 2026-09-17
  • : 3,790



실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인위적으로 가공해서 '미스터리 소설' 속 사건처럼 연출해 나간다면 어떨까?

탐정 지망생이자 추리 작가 '아가사'의 오타쿠인 부우는 이 집안의 메이드로 취직하고, 우연히 이 집안의 장남이 위의 연출을 이용해 여동생 살해를 모의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우는 이 살인을 막고자 '머더 미스터리' 연출 기획자를 찾아내버리고, 계획된 살인을 막고자 위장 살인 작전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시작한 일은 결국 실제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고 만다.


왜 이 작품이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는지는 알 것 같다. 《명탐정 코난》에서 익숙하게 보아온 기이한 저택, 밀실 트릭, 외부인의 접근이 차단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인, 그리고 다수의 용의자. 본격 미스터리의 정석이라 할 만한 클로즈드 서클의 요소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여기에 부우와 머더 미스터리 기획자 야마이누의 티키타카가 더해져, 작품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두워지지 않고 비교적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살인 사건을 미스터리극의 한 장면처럼 재연출한다는 설정 자체도 퍽 신선하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작가의 이력 덕분일까, 도면을 활용한 서술과 빠른 전개는 사건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페이지를 수월하게 넘기게 한다. 이 책이 가진 부인할 수 없는 장점이다. 미스터리물에서 기대할 법한 복잡한 인간관계와 복수의 서사 역시 빠뜨리지 않는다. 확실히 가지고 가야하는 것들은 가지고 그 위에 독특한 콤비를 얹어 여타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다. 소설 속 캐릭터가 독특한 개성을 갖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서사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독자가 400 페이지에 달하는 긴 분량을 함께 견디며 읽어나가려면 서사도 서사지만 '주인공이나 특정 캐릭터를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 이 책의 중요한 흡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부우라는 인물이 오히려 이야기의 몰입을 반복적으로 방해한다.


부우라는 캐릭터는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일본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민폐를 끼치면서도 스스로 멈추지를 못하는 푼수 같은 오타쿠의 전형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결점이 귀엽거나 사랑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엉뚱하고 과장되며 오지랖까지 넓은 행동이 인물의 매력으로 이어지기는커녕, 다음의 행동을 읽어 나가는데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된다. 미스터리의 핵심적인 재미를 전달해야 할 캐릭터가 오히려 그 재미를 가로막는 것이다. 독특하고 코믹한 인물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과도하게 튀는 행동과 설득력 부족은 결국 작품 전반의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럼에도 캐릭터라는 장벽을 뚫고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단연 사건 설정의 기발함에 있다. 살인 사건을 '미스터리 연출'로 바꾼다는 설정은 분명 독특한 재미를 준다. 도면과 트릭이 맞아떨어지는 쾌감, 만화같은 상상력과 다소 라이트한 유머가 섞인 경쾌함,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콤비가 주는 개성. 다만 이 책은 정통파 미스터리의 치밀한 추리 과정만을 기대하기보다는, 독특한 상상력과 코믹한 캐릭터성이 결합된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접근하는 편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 읽는 독자층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좀 나뉠 듯한 책인데, 비교적 라이트하고 미스터리를 잘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미스터리물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끔 안내해주는 느낌으로는 좋아보인다. 정말 갖추어야 할 것들이 어지간한건 다 있는 푸짐한 밥상이라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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