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서울은 다른 무엇보다 교보문고가 있는 도시였다"
서울과 지방을 둘 다 살아본 경험이 있기에 이 문장은 선명하게 다가왔다. 서울에는 여러 교보문고 지점이 있지만, 이전에 살았던 곳에는 교보문고가 아예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풍경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쉽게 누릴 수 없는 경험이 된다는 것. 서울과 서울 밖의 차이는 그렇게 구체적인 장소 하나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책이 다루는 건 서울 밖의 단순 지리적 풍경이 아니라 '감정' 이다. 교통이나 문화 인프라의 차이에 머물지 않는다. 서울은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이 모인 도시인 동시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루라고, "너도 어서!"라고 재촉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임선우 작가는 수록된 산문 「너도 어서!」 에서 이렇게 말한다.
p.108 |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때때로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말하는 성공적인 삶의 지표가 지나치게 일률적이기 때문 아닐까.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인서울' 진학이 중요한 목표가 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서울에 속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단계로 성공적으로 나아갔다는 증표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서울은 어느새 단순히 장소를 넘어, 내가 얼마나 잘 살아가고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서울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서울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채근하며 트랙으로 떠미는 것은 비극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한 사람들에게 그곳은 분명 에너지를 준다'(116)고 말한다. 나는 이 양면적인 시선이 좋았다. 서울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시작하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서울에서 살 때 하나의 트랙 위에서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었다. 나에 대한 걸 충분히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리고 있으니 나도 달려야 할 것 같았다. 반면 지방에서는 그런 압박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다. 마음 편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었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 불안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서울에 있는 친구들이 특별한 성취를 거두어서가 아니었다. 계속 시도하고 경험을 쌓아 간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설령 시도한 일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계속해서 도전하는 삶의 모습을 나는 부러워했다.
지방이라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함께 달리는 쪽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흐름 속에서는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 흐름에서 벗어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서곤 했다.
지방에서의 생활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곳에서의 시간이 편안하고 좋았다는 마음과, 그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 때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는 나름대로 일상을 살아갔고,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환경에서 움직이고 어떤 상황에서 주저하는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니까.
서울과 지방을 모두 경험한 뒤에도 어느 한쪽이 더 나은 삶의 터전이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서울의 조급함은 때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게 하고, 지방의 편안함은 내가 타인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준다. 중요한 건 어느 곳에 사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놓치는지 알아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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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렸고, 지방에서는 멈춰 선 자신을 바라보며 불안해했다. 두 공간에서 경험한 감정은 달랐지만, 기저에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답을 내리지 못한 채 타인의 속도를 기준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서울 밖 감정』은 어느 곳이 더 나은지를 판정하는 대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는지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향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어쩌면 내가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찾아야 했던 것은 더 나은 장소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