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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데굴데굴
  • 인간 판박이
  • 아베 코보
  • 15,120원 (10%↓840)
  • 2026-09-10
  • : 2,470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즐겁지 않나요. 자신을 화성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니······."


화성인(주장남)의 맹렬한 플러팅과 속으로 '이 거북한 미치광이 새끼'하면서 태클거는 주인공의 환장조합



아베 코보의 문학세계는 언제나 구체적인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모래의 여자』가 모래 구덩이라는 물리적 지형으로 인간 개인의 정체성을 시험했다면 『인간 판박이』는 오직 작은 무대 위에서 말과 논리만으로 사람들이 약속한 관념을 뒤흔든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라디오 기획자인 '나'에게 어느날 본인을 화성인이라 주장하는 남자가 들어선다. 이 둘의 대화로 인해 이 작은 방은 순식간에 인간의 심리와 본성, 그리고 상식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밑바닥에서부터 뒤흔드는 정밀한 실험극의 무대로 뒤바뀐다. 자칭 화성인이 던지는 화성 토지 매매나 자서전 같은 제안은 단순한 궤변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을 찌르고 공략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연출적 도구이다.

화성인은 완벽히 정상인이다.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빼면 폭력을 휘두르거나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며 기괴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말 속 허점을 파고든다. 상대의 반론을 예상하고 역으로 당신이 인간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요구하는 집요함 앞에서 독자는 스스로에게도 물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지.


남자가 자신을 가리켜 칭하는 '인간 판박이'라는 개념은 이 소설이 휘두르고 있는 실존적 칼날이다. 남자는 형태가 달라도 원료와 만드는 방식이 같다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정교한 논리를 들고나온다. 기묘하게 들리지만 설득력 있는 이 논리 앞에서, 원본과 복제본을 가르려던 기존의 구분법은 무력화된다. 겉모습은 물론 사고의 제조법마저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면, 과연 무엇을 근거로 '진짜 인간'의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는가. 주인공이 집착하던 상식은 증명 불가능한 자만에 불과했음이 밝혀지고, 존재를 심판하려 했던 판정관의 지위는 어느덧 피고인의 자리로 역전된다.


소설의 결말에서 던져지는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곳은 실화의 세계입니까, 우화의 세계입니까?"라는 질문은 이 밀실극이 단순한 상상력 놀이에 그치지 않음을 증명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실화와 우화의 구분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은 무모한 자기 확신보다는 자명하다고 믿었던 자신과 현실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확신에 찬 신념과 정교하게 조작된 허구가 진실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진실의 자리를 차지하는 오늘날, 아베 코보의 이 질문은 더욱 날카로운 시의성을 얻는다. 『인간 판박이』라는 언어로 만들어낸 실험실이 우리가 진실이라 확신하며 서 있는 현실 자체가 얼마나 허약한 모래성일 수 있는 지를 폭로하고 있지 않은가.


+솔직히 그냥 미치광이 토크쇼. 이게 엄청 재밌어서가 아니라 너무 이상해서 다 읽게 됨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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