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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데굴데굴
  • 우리 동네 흉가로 놀러 오세요
  • 전건우
  • 15,750원 (10%870)
  • 2026-06-30
  • : 1,290


제 2의 '곤지암'을 노리는 시골 마을의 흉가 조작기


버섯 농사 망해서 마을 망하게 생긴 '파읍리'. 우울증 치료차 내려온 대학생 '세훈'이 마을에 덩그러니 남은 폐가를 "대박 흉가 콘텐츠"로 포장해서 관광지로 마을을 키워보자고 제안한다. 노인들에게 SNS 사용법을 가르쳐서 가짜 살인마 괴담을 뿌리고, 흉가 체험 코스를 짜고, 어르신들까지 귀신 연기를 하게 동원해서 유튜브를 넘어 방송국 진출까지 성공.


여기까지는 시골 어르신들의 조작 콘텐츠 도전기 정도의 코미디가 아닌가 생각했으나

문제는 방송국에서 촬영 온 날, 귀신 역할을 하기로 했던 아재가 진짜 천장에 목을 매달고 나타나버렸다는 것이다. 그 이후부터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데 언제나 이 뒤에는 이 재앙이 폐가의 저주라고 외치는 '황무당'이 있다. 마을 사람들의 죽음은 과연 폐가에 산다는 귀신의 짓일까, 사람의 짓일까. 사람의 짓이라면 대체 누가? 여기는 버섯 농사 망한 노인들이 가득한 동네인데 🍄


재밌는 지점은 이후에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물의 관계에 있다.

탐정 역할은 진로 방황 중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 세훈이가, 그리고 그 조수 역할에는 관절염 때문에 걷기도 힘들지만 카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만드는 팔순의 순미 할머니가 맡아서 둘은 콤비 아닌듯 콤비를 이룬다. 전직 형사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 어딘가 무기력하고 삐그덕 거리는 2인조가 마을을 덮친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순미 할머니가 더 날카로운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귀가 잘 안들리는 관절염 할머니와 우울증 대학생의 조합이 또 나름 귀엽긴 했다. (순미 할머니...할말 목구멍 끝까지 막 차오르는데 말은 차마 못하고 책만 퍼덕이고 있음 아니 할머니 ㅇ0ㅇ?!)


'흉가 조작'이라는 다소 뻔뻔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코미디로 유쾌한 소동극의 막을 열었으나, 가짜 괴담이 현실을 침범하는 순간부터는 이게 지금 노인들이 가득한 시골마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개가 몰아친다. 과연 방치된 폐가에 넘쳐나는 것은 억울한 원혼의 저주일까, 아니면 은밀하게 감춰진 파읍리의 섬뜩한 진실일까.



+ 인물들이 노인들이라 폐허 주작기라 뚝딱거리며 핸드폰을 다루는 것도 귀엽고 나름 이 마을에 공식 SNS가 있는데 왜 관리 안됐냐고 물어보니까 만든 사람이 작년에 돌아가셨대 아ㅠㅋ


++ 전건우 작가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빠른 속도감이다. 특히 이번 소설은 예측할 겨를조차 주지 않은 채 폭풍처럼 전개되는데, 엎치락뒤치락하는 반전과 진실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본격적인 추리물 분야에서도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작가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직전 『흉담』이...전에 독후감에 썼듯 이런 속도감 있는 서술이나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스타일이 내게는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아서 이런 추리물을 더 써주셨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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