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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 달린 여자
  • 서계수
  • 13,320원 (10%740)
  • 2026-04-10
  • : 490


▪︎p.108 | "자기가 무슨 만두를 먹은 건지 알아차린 사람들에겐 변화가 생겨요. 이를테면…"

남성 고기로 군만두 만들어주는 <만회반점>

어느 날부터 타인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 남자가 단 하나의 ‘정상적인’ 존재와 마주하는 〈머리 달린 여자〉

검은 정장을 입은 동양인 여성의 형상으로 등장하는 루시퍼가 인상적인 <지옥은 악마의 부재>


『머리 달린 여자』에는 이 세 단편을 포함한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기 다른 설정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한 지점을 향한다. 일상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추악한 폭력의 단면을 바라보고, 그 견고한 구조에 묶여 있던 존재들을 비틀린 방식으로나마 해방시키는 서사라는 점이다.


특히 표제작이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이유는 ‘보지 못한다’는 인물의 상태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신체적 이상이라기보다, 타인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현대인의 무감각한 태도에 더 가까워 보였기 때문에. 누군가의 눈빛과 표정을 읽어내는 시선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타인을 향한 감정 역시 너무도 쉽게 산화된다. 그렇게 지워진 얼굴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 소비 가능한 무언가로 남는다.

이 기괴한 설정이 낯설기보다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졌던 건, 어쩌면 나 역시 타인의 고유한 객체로 바라보기 보다 직함이나 특징 같은 편리한 데이터로만 규정하며 정의내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솔직한 감상을 덧붙이자면 마냥 가볍고 재미있게만 읽기에는 다소 난해한 부분도 있었다. 소재와 설정은 정말 흥미롭고 기발했지만, 화자가 바뀌는 지점이나 시간의 이동이 명확한 신호 없이 그냥 다음 문단에 곧바로 이어지기도 해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꽤 집중이 필요했다. 무언가 표시 없이 갑자기 다음 문장에서 확 변해버려서 처음에는 살짝 놀랐음. (헥터가 화자였는데 갑자기 다음 문장에서 샛별이가 화자로 변한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성들이 그저 나약한 피해자의 위치에 머무르기를 거부한다는 것. 그 변화는 때로 과격하고, 때로 불편하며, 억압받은 세월의 크기만큼 잔혹하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를 가두고 있던 답답한 틀이 전복되는 쾌감이 발생한다. 스스로 '매력적인 괴물'이 되어 복수를 완성하는 여성들의 연대기는 보는 내내 서늘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 <만회반점>에 끌려서 읽었는데 나 좀 이런 류에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 비슷한 종류로 남유하 작가의 『양꼬치의 기쁨』(2021, 퍼플레인)이 있음. 남편으로 양꼬치 만들어주는 가게. 이 책도 골때림. 남편으로 양꼬치 해준다니까 아내가 우웅...내 남편 화장실 갔다가 손도 잘 안씻구 그래서 누린내 날텐데...이런 고민함.


++ 아 조금 아쉬운건 <머리 달린 여자>에서 왜 머리 달린 여자가 진성에게 나타났는지, 그 여자는 누구인지 이거 출판사 소개문에서 빼주시지ㅠㅜㅜㅠ나는 이거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서 헐! 이런 충격을 받았는데, 이 글을 작성하면서 보니까 너무 다 드러나 있길래 이게 좀 아쉬워요...ㅠㅜㅠㅠㅠㅠㅠㅠ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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