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478 | 점점 더 그런 느낌이 든다. 과거란 사실 미래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고 확정되지 않은 곳이 아닐까 하고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죽은 사람이 날아오른다니, 꽤 거창하고도 한번에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자전적 소설이라는 줄거리를 들으면 더더욱.
요아힘의 유년기는 자연스레 병동과 환자들 사이에서 흘러간다. 보통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긴장부터 하게 되지만, 요아힘에게 그곳은 자신의 전부인 집이다. 병원을 지나 학교에 가고, 환자들과 마주치며 하루를 보내고, 밤에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잠든다.
오히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쪽은 바깥세상이다.
어른들은 웃으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옳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 행동이 종종 다르다. 그에 비해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엉뚱하고 예측불가능 하지만 적어도 자기 방식대로 솔직하게 살아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이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해’라는 문제를 건드린다는 점이다. 사람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까워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순간에는 이해보다 단순한 공감이, 혹은 공유하는 시간이 더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쉽고 재밌는 소설은 아니다. (근데 독일 소설 치고는 쉽고 재밌다고 생각함)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것치고 사람들의 통상 인식처럼 극적이고 놀라운 사건의 연속도 아니고, 이야기의 흐름도 꽤 느긋하다. 그러나 타인의 앨범을 천천히 넘겨보듯, 드라마를 한 편씩 보는 것처럼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마지막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게 된다. 기묘한 여운과 그리움이 남아서.
아마 그 이유는 결국 이 책 자체가 특별한 타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기억과 닮아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순간,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풀려가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마음들까지.
즉, 이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말은 어쩌면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시간과 떠나버린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이란, 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조용히 내 발 근처에서 떠다니고 있었을 뿐이라고, 약간의 틈이 생기면 언제든 날아올라 단순한 과거를 다른 의미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