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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데굴데굴
  •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가이 레슈차이너
  • 19,800원 (10%1,100)
  • 2026-01-30
  • : 7,460




우리는 종종 마음속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스스로를 탓한다. 나태한 나를, 과식하고 절제하지 못한 순간들을 후회하고 비난한다. "내 의지 꼬라지..." 입에 붙이고 살면서 침대에 늘어져서 시간을 보낸 적... 나밖에 없지는 않을텐데..?

하지만 어쩌면 그 감정들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살아남기 위해 간직해 오고, 환경에 맞춰 변형되어 온 생존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은 없애야 할 괴물을 찾아 손가락질을 하는 책이 아니라, 왜 그 괴물들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지를 과학적 근거를 슬쩍 얹어줌으로서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다.


P. 343 / 모두가 자기 행동의 수동적인 방관자라면, 책임은 어떻게 될까? 궁극적으로 우리는 자신이 제한적으로만 통제할 수 있는 것, 또는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특정한 경로를 선택할 자유, 즉 분노나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에 빠질지 여부를 선택할 자유가 없다면, 이런 생각이나 행동이 정말로 개인의 도덕 가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유 의지란 무엇일까?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은 종교와 도덕이 오랫동안 죄로 분류해 온 감정들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 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는 실제 환자들의 임상 사례를 통해, 우리가 성격이나 인격의 결함이라 여겼던 행동들이 때로는 뇌 회로의 변화, 신경계의 이상, 혹은 진화 과정에서 남겨진 기능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의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뇌 손상 이후 분노를 통제하지 못해 갑작스럽게 공격성을 띄는 사람들, 질병 때문에 식욕이 멈추지 않거나, 충동과 욕망이 과도하게 증폭되기도 한다. 그 변화는 충격적이지만 동시에 낯설지 않다. 왜냐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역시 비슷한 감정의 파도 속을 매일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책이 모든 건 뇌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는 일과 책임을 면제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가져가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인간을 좀 더 복잡한 존재로 보자고 제안한다. 자유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마음과 자신이 쓴 책의 내용 사이에 모순이 있음을 인정한다. 도덕적 판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며, 과학이 비추지 못하는 틈 사이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가 고뇌하는 과정에서 덩달아 읽는 사람도 같이 과학적 설명과 인간의 책임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만약 감정이 뇌의 작용이라면 우리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자유의지는 정말 존재하는 걸까? 읽다 보면 어느새 철학적인 고민까지 고구마 줄기를 뽑으면 줄줄 따라오는 고구마처럼 이어진다.



사실, 책이 가볍다고는 할 수 없다. 다루는 내용이 신경과학과 의학 사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특히 뇌 구조나 기능에 대한 설명이 등장할 때는 잠깐 집중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전문 용어를 길게 늘어놓기보다는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이 이어지기 때문에,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개념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약간의 난이도는 있지만, 호기심이 있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균형을 갖춘 교양서에 가깝다.

특히 내 의지를 매일 밤 후회하면서 나의 마음을 줘팬 사람들이나 나의 선택을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라면, 나는 왜 이런 인간이지...라는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꽤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 개인적으로 흐름출판의 이런 책들을 좋아함 『1밀리미터의 싸움』(페터 바이코츠, 2026) 이나 『악마와 함께 춤을』 (크리스타 K. 토마슨) 같은 것들. 특히 『1밀리미터의 싸움』 이거 진짜 재밌는데....


++ 읽다보면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지 않기가 어렵다. 나를 위해 화내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모든 감정들, 나를 위해 작동하듯 타인의 버럭이와 슬픔이 역시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뇌의 작동에 의해 특정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들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관련 없이 뇌의 작동으로 부정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용서를, 타인에게는 이해의 한 발자국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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