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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데굴데굴
  • 말라가의 밤
  • 조수경
  • 15,300원 (10%850)
  • 2025-12-05
  • : 1,340


우리,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말자. 결말을 알 수 없는 게 살아 있는 이들의 삶이라면, 결말은 알고 있되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게 스스로 떠난 이들의 삶이니까. 결코 다 알 수 없지……. 죽음의 원인에서 내 탓을 찾지도 말고. 죽음으로 그의 삶을 미화하거나 왜곡하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기억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 p. 82


솔직히 말하면, 설정은 어렵지 않다. 

가족의 자살로 혼자 남겨진 형우가 엄마와 동생의 10주기에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데, 당도한 곳은 저승이 아니라 아름다운 해변 '말라가'. 그곳에서 형우는 9살, 19살, 29살의 형우를 차례로 만나고 과거를 되짚어보며 죽음에 대해 천착하는 이야기.


진짜진짜 솔직히 울지 않기는 어려운 이야기이고, 언제 읽어도 무뎌지지 않는 슬픔이 송곳처럼 마음을 꿰뚫는 소설이라 중간중간에 덮어가며 조금씩 읽었다. 


자살사별자인 등장인물들이 모여서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부분이 바로 이 책이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관통한다. 상실감이 깊으면, 아픔이 짙어지면 우리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된다. 으레 그럴 때는 옆에서 심호흡을 요구한다. 뱉어도 고통, 들이마셔도 아픔이기에 숨을 쉴 수 없는 것인데도. 그때 프리다이빙은 오히려 숨을 참는 것을 가르친다. 그냥 숨을 참고 아픔에 매몰되라는 일이 아니라, 일단은 참고 견딜 수 있는 바닥까지 가 본 뒤에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다시 올라오는 일. 혼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즉, 개인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타자와의 연대를 제안한다. 


『말라가의 밤』은 슬픔을 강제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그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의 손을 붙잡고 올라올 수 있는지를 차분히 따라간다. 내 옆의 남은 손을 돌아보게 하고 나 역시 손 내밀 수 있게끔 만드는 이야기. 상실 이후의 삶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독특한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 솔직히 수영을 잘 못하고, 관심도 별로 없었기에 수영으로 삶의 방향을 찾는 이야기를 보며 담담히 그렇구먼...하고 말았는데, 이걸 읽고 어쩐지 알 것 같았다. 수영 자체가 아니라 필요한 건 호흡하는 방법이라는 걸. '잠시 숨을 참더라도, 결국엔 수면으로 상승해 회복 호흡'(351) 을 해야 슬픔이 가득한 삶일지라도 지속해나갈 수 있으므로.


++ 근데 진짜 슬픔. 아 이거 진심 슬픔 보장 이야기이긴 함... 근데 좋음. 그냥 일반 클리셰 범벅 뻔한 신파 이런거 아니고 갓섬을 자극해버림..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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