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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데굴데굴
추분
도토리  2025/11/03 20:00
  • 추분
  • 신민
  • 11,700원 (10%650)
  • 2025-10-22
  • : 820



나도 레이스에 참가했다. 앞서가는 자들의 등을 바라볼 수 있었던 건 내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주역이 아니더라도, 우승자의 영광을 누린 적 없어도,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고 해도 내가 달렸다는 사실은 변합없다. / p.73

솔직히 기대 1도 없이 폈다가 덮는 순간 위픽 1등으로 올려버림.

심지어 이거 저번달 말에 다 읽었는데 오늘 또 읽느라 이제야 후기를 쓴다.


어떤 장면 하나가 좋았다기 보다 그냥 모든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면서 너무 좋았음. 내 친구를 힘들게 하는 타인을 지켜보는 모난 마음, 다른 사람을 쉽게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사람이 내게 퍼붓는 마음을 '폭력적인 포옹'이라고 표현하는 섬세함, 그러면서도 '미움과 원망은 수명이 터무니없이 짧았다'(52) 라고 하는 반짝거림.


짧은 분량임에도 상당히 성찰적이다. 작가는 그냥 상처에서 거리를 두고 직시한다거나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계속 들여다보고 골라낸다. 불행이나 상처는 이런 열등감이나 작은 마음들에서 기인한거야, 이 정도의 고통은 살아가는 데 필요해, 이건 회복할 수 있을거야, 이런 감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이런 식으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처럼 무언가 잃은 자리에 그만큼의 또 다른 좋은 것들이 채워지는 기분의 책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모난 마음들만 안고 갈 수 있게끔.


+ 이 책 다 읽으면 남는 거 ? 인덱스가 덕지덕지 붙은 책 한 권과 이걸 끌어안고 우는 여자 한 명

++ 줄거리 설명에 '포켓몬GO를 켜고 호수 공원을 걷던 ‘신진’에게 죽은 은조의 의식이 달라붙는다' 라길래 귀신 나오는 이야기인가봐! 하고 기대했는데 아니었음. 근데 더 좋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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