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로맨틱 관계는 우리 삶을 형성하는 유일한 결합이 아니다. / p.352
사회는 인간들에게 학습을 시킨다. 필히 로맨틱한 관계가 수반되는 다른 성별이 결합하여 가정을 이룰 것을. 어릴때부터 배우는 소꿉놀이부터 길거리의 온갖 미디어들도 연애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눈치채지도 못하게 전방위에서 밀려들어오는 치밀한 압박 속에서 그 외의 선택지는 박탈된다.
어째서 우정은 연애를 대신할 선택지가 되지 않는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로맨틱한 관계가 수반되지 않는 것을 끼워넣을 수는 없는 걸까. 연애와 결혼 안에서만 우리는 인생의 반려를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심지어 흔히 밸런스 게임을 하면 사랑과 우정 중 무엇을 택할거냐고 묻기도 한다. 왜 둘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우정은 어째서 사랑이 될 수 없는가.
삶의 동반자라면 마땅히 '로맨틱'해야 한다는 강력한 프레임. 그러니까 깊은 우정을 쉽게 사랑이라 단정 짓는 것, 혹은 사랑이라 하면 반드시 성적 관계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관계의 공식에서 벗어난 이들의 용감한 걸음들. 연인도 부부도 아니지만 인생을 함께하며 기꺼이 나의 반쪽이라 부를 수 있는 친구 관계에 대한 반가운 사례들이 여기에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건 모두가 공감하는데, 어째서 인생의 동반자를 고를 때는 단일한 관계만을 강요하는가. 로맨틱한 관계의 연인만이 나의 전부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을 때, 오히려 더 건강한 파트너십을 만들어내고 더욱이 낭만적으로 나를 지탱해주던 우정을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는 세상을 벗어나는 일이 아닌 세계를 확장시키는 방향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새삼'의 일을 우리는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 이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도록. '굳이', '새삼'이라는 부사가 붙지 않도록.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나 『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 같은 삶을 꿈꾸는 친구들이라면 이 책을 싫어할 수가 없다. 그런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교환독서 하면 재밌을 것 같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