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화가 전부라서, 전부를 잃지 않기 위해 마음을 모질게 끊어냈다. 하지만 결국 실패한 거겠지. 덜 사랑하면 덜 슬플 줄 알았는데. / p.100
연고자 (緣故者)
혈통, 정분, 법률 따위로 맺어진 관계나 인연이 있는 사람.
어느 날 윤아는 보육원에서 친남매처럼 자란 태화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윤아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는데, 태화가 매일 밤 윤아의 집 초인종을 누르며 찾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말' 속에서 절대 가족이 될 수 없음을 이해하고 전부를 잃지 않기 위해 전부를 끊어내려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이는 맹목적인 애정을 찾아 타인에게 목을 매고 준 크기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사랑에 결국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려가 부족했던 방어적이고 비겁한 마음들은 끝내 안에서부터 곪아 결국 영혼에 깊이 새겨져 아물지 않을 상흔이 된다.
윤아와 태화의 관계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가족도 아니면서 우정도 사랑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의 전부임을. 서로에게 서로의 모습을 온전히 투영할 수 있는 관계에 고작 '전부'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그래서 태화는 연인이었던 지현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윤아를 끊임없이 찾아왔던 거겠지. 그런 연고자니까.
덜 아프고 싶어서 덜 사랑하려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상대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러는 마음인지 몰라서 선택하게 되는 비극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해두어야 하는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런 사람들을 떠올릴 때마다 눅눅하게 젖어가는 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숙였는데, 어쩌면 그런 게 사랑의 무게일 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