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1권은 흥미롭게 읽었다. 인간은 인생의 1/3은 잠을 잔다. 이 책은 그 잠에 관한 얘기다. 이 책에서는 잠을 1~5단계로 나누고 있고, 아마도 있을 것 같은 미답(未踏)의 단계인 6단계를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테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잠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되돌아보았다. (아직도 환갑이 2개월이나 남았지만) 나에게도 50대 어느 날에 불면증이 찾아왔다. 잠을 못 이루거나 새벽에 잠이 깨면 잠이 안 왔다. 어떤 때는 숙면을 했고 어떤 때는 선잠을 잤다. 잠이 들쑥날쑥했다. 그래서 얼마간의 기간 동안 고생했다. 잠을 못잔 것 같은 날에는 피곤이 더욱 느껴지는 것 같아서 자꾸 신경이 쓰였고!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비몽사몽간에 있는 그 시간도 내가 잠을 자고 있었다. 어차피 자겠다고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은 자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아마도 수면 1단계 정도도 아니 0.5단계도 나에게는 잠의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경험을 하고 부터는 잠에서 어느 정도 초월하게 되었다. 잠이 안 와도 눈을 감고 있고 이런저런 생각하다 보면 잠이 왔고 잠에 들어도 좋고 안 들어도 좋았다. 잠을 초월하니까 오히려 잠이 잘 왔고 편안하다.
군대에서의 일이다. 취침시간 (밤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동안에 여름날에는 4교대로 2시간 동안 부대 외곽 보초 서러 나가야 하는데 약 20분 전에 불침번이 깨우는데, 아마도 잠의 4단계에 있다가 갑자기 깨니까 비몽사몽간에 너무나 괴로웠다. 지금도 밤에 자다가 중간에 깨서 오줌을 누고 자지만, 지금은 깨는 단계가 무의식적으로 차츰차츰 이루어지지만, 군대에서는 갑자기 잠에서 깨니까 엄청난 정신적인 무리수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경험이다.
이 책에도 246쪽에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그래. 수면마비가 일어난 것이 분명해. JK48이 수면 단계를 전부 건너뛰고 나를 5단계에서 0 단계로 바로 올려 보내는 바람에 일종의 <버그>가 생긴거야. 그래서 꿈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끼어 오고 가도 못하게 된 거야..”
이 책은 이러한 잠의 단계를 일깨워준다. 이 정도는 지금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고 잠을 못자는 불면증 환자들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잠에 대한 유익하고 흥미로운 정보였다.
지난번에 제주도에서 올레길을 10여명이 함께 걷고 나서 내 승용차로 나 포함 5명이 숙소쪽으로 가고 있는데 한 남성(42세)이 차안에서 골아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옆에 있던 그 남성의 누나가 하는 말이 “자기 동생이 갑자기 잠이 드는 증세(기면증)가 있었는데 이것이 병이라는 것을 근래에야 알았고 그래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고 있다. 이 병은 지금은 군대도 안 갈 수 있는 병인데, 그 때는 몰라서 동생이 군대에 갔고 통신병으로 기면증 때문에 많은 고초를 겪었다. 지금은 약 먹으면 그런 증세가 안 나타나는데 오늘은 여행 온다고 그 약을 안 먹어서 저렇게 자고 있다”고 했다.
내가 바로 전날에 읽은 책(그 때는 1권만 읽었다)의 내용에 나오는 기면증 환자가 바로 내 뒷좌석에서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남성의 누나에게 이 책을 권했고 “알았다!”고 했다. 남매가 우애가 좋고 명랑하고 나름 지성과 교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는데, 그 남성은 이러한 병 때문에 학교생활-군대생활-사회생활 하는데 얼마나 많은 장애를 받고 괴로웠을까?
이 책에는 그러한 증세를 겪고 있는 프랭키 샤라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나오지만 현실에서 저런 환자들의 고충은 매우 컸을 것이다. 그런 증상이 없는 나는 얼마나 다행인가!
이 소설은 소설 그 자체로 평가해 보면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왜 지금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 소설은 1권과 2권으로 되어 있는데 그래도 1권은 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진지하고 애쓴 흔적이 많아서 의미가 있지만 2권으로 넘어가면서는 구성도 너무나 허술하고 (잠과 꿈에 대해서는 좀 진지하지만) 나머지 내용에 있어서는 진지하지도 않고 성의도 없다. 잠과 꿈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나머지 부분을 축소했어야 하는데 2권에서 너무나 벌려 놓다 보니 수습이 안 되었고 나머지 다른 부분은 엉성하게 처리 되었다.
예컨대 원시공동체의 지역사회에 고급 호텔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책에서 호텔을 짓는 문제가 나왔을 때 구성원들의 반대도 있을테고, 원시 공동체가 무너지는 그런 현상이 당연히 조금이라도 언급될지 알았는데 그런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또한 원시공동체 마을에서 자란 자크의 아들과 장님인 자크의 부인이 파리에 와서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잠에 관한 사업은 너무나 잘 진행되어 건물들을 마구 사들이고...
자크의 엄마의 행적도 엉성하고, 반전도 없고 (특히 2권에서는) 긴장감도 없고, 마무리도 애매하고, 현실성도 전혀 없는 판타지 소설 같다. 내가 싫어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