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jckang7님의 서재
  • 이상한 정상가족
  • 김희경
  • 14,400원 (10%800)
  • 2022-02-22
  • : 3,444


1. 저자인 김희경은 2023년에 <에이징 솔로 – 홀로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를 드는가>라는 책을 냈고 나는 그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면서


“이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오랜 기자 생활의 글쓰기 버릇대로) 내용과 표현에 군더더기가 없고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요령 있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고 썼었다.

이 책도 그렇다. 자칫 뻔한 주제이고 소재일 수가 있는데 그 내용을 아주 요령 있고 지루하지 않게 전개하고 있으면 주장하는 바도 아주 또렷하고 설득력이 있다. 가족 문제들에 대한 개별적인 논문이나 책들도 있겠으나 이 책은 그것들을 종합하여 대중의 입맛에 맞게 무난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이 책은 2017년에 초판이 나와서 아주 많이 읽혔는데(22쇄) 2022년에 증보판이 나왔다. 5년동안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의 사회와 가족이라는 공간의 분위기도 많이 변하였다. 더 정확히는 바람직한 분위기로 나아졌다. 특히 저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와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그러한 노력의 흔적이 이 책에 간간이 나온다. 저런 고위직에 있었던 분이 이런 알토란 같은 책을 내는 경우가 흔치 않고 더욱이 많이 팔리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많이 팔렸다니 (특히 초판 22쇄) 참으로 귀한 케이스다.        

2. 그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많은 사건들, 특히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일어났으며 이 책에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인이 사건’은 내가 사는 서울 양천구에서 일어났으며 특히 경찰의 부실대응이 문제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양천경찰서장이 대기발령 되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과 그것들에 대응한 보완조치로 인하여 지금은 특히 방치되었던 어린 아이들에 대한 학대와 폭력 사건은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아마도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이 책에도 계속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족내의 사적인 영역에 경찰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꺼렸다. 이제 가족이라는 사생활의 영역에 아동보육시설장 경찰 의사 등 관계기관이 적극적인 개입하고 있다. <민법>에 있던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도 국회의 법개정을 통해서 삭제되었다.


약 30여년 전에 내가 저녁을 먹고 우리 아파트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한 구석에서 남자가 여자를 때리고 있었다. 호기심에 왜 그럴까 하고 주변에서 머뭇거리는데 마침 경찰 순찰차가 지나가기에 차를 멈추게 하고 “저기 남자가 여자를 때린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내가 “부부인 것 같다”고 얘기하니 “부부요?” 하면서 경찰은 차를 타고 떠나갔다.


이는 경찰이라는 공권력이 가정이나 부부라는 사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않는 것이 철칙이었던 시절 이야기인데 이 책을 보니 지금부터 5년전쯤에도 이런 사고가 만연했다는 것을 알았고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그런 사고는 통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이러한 사고의 발전 때문에 자자는 2017년의 초판을 개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3. 1부에서는 친부모나 양부모에 의한 아동에 대한 체벌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예전에는 가정에서의 아동들에 대한 체벌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부부 사이에서 사회에서 군대에서 체육계 등등 곳곳에서 체벌이 만연했다. 체벌은 언제나 반복되고 대물림되었었다. 이 책에는 군대 이야기가 안 나오지만 예전에는 매를 많이 맞고 자란 쫄병이 고참 되면 쫄병들을 많이 때렸다. 부모들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인 ‘사랑의 매’라는 얘기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많았다.

가정에서의 체벌도 문제지만 욕하고 창피주고, 협작하고 겁주고 조롱하고... 등도 문제다. 직장내의 괴롭힘은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지금도 학교폭력이나 체육계 체벌 문제 등 폭력 문제가 곳곳에서 가끔 터져 나오기는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체벌이 거의 없어졌다고 보고 있는데, 가정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체벌도 근래에 이렇게 일어났고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으리라고 본다.

아이와 합의해서 원칙을 정해 놓은 체벌은 학대가 아닌가? 예전에 내가 남자 대학생들에게 물었다. “요즘은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 때리는 것은 없지?” “아니요. 있었어요. 제가 맞을 짓을 했거든요. 부모님 모시고 오던지, 정학당하던지 하라고 해서 그냥 매맞겠다고 했어요.” 이런 것도 폭력이다.

4. 폭력도 문제지만 아이들에 대한 방임도 그리고 과잉보호도 아동학대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되거나 한부모가정에서 즉 취약가정에서 일어나는 방임은 잘 드러나지도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내가 아는 사례에서도 부모가 일찌감치 이혼하고 두 딸을 아빠가 떠맡았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빠가 아이들을 방치했다. 그나마 할아버지가 옆에서 챙겨주어서 애들이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런 것을 보고 나는 부모되는 것도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의 의무를 법에 규정하고 부모 교육은 꼭 필요하다.    


과잉보호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교육도 가족주의와 과잉보호의 현상이다. 엄마는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을 통해서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 아이들을 경쟁에 내몰고 ‘자기 가족’만이 성공하기를 꿈꾼다. 저자는 이런 것을 ‘이상한 정상가족’이라고 칭한다. 이런 ‘폐쇠적인 정상가족’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들과 사회를 피폐하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요 메시지이다.


사교육에 몰두하여 아이들이 놀 시간이 부족한데 아이들에게는 노는 것도 배움이다. “동네의 놀이터와 골목길은 아이들이 공적인 삶을 배우는 공간이다. 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 없이 놀면서 아이들은 낯섬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차이를 협상하고 갈등의 타협점을 모색한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한편에서는 자기 가족에 대한 과잉보호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타자에 대한 배척은 심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민자로 그리고 피부색이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우리에게는 단일민족이라는 자긍심이 넘쳐나지만 이는 타인종에 대한 배척으로 드러난다. 220여만 명에 달하는 이주자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혐오와 차별이 존재한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소위 3D)직종에서 일하는 덕택에 우리나라 경제가 이 정도로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만한데도. 지방으로 갈수록 근처의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이 지방경제를 버티게 해주는 중요한 인력이다.


우리나라에 왔던 외국인들이 체류기한이 만료되었는데도 안 나가는 경우 그들은 미등록 외국인이나 불법체류자가 된다. 부모가 그러하면 아이들은 당연히 미등록 이주아동이 되는 데 대략 2만명이 된다고 한다. 미등록이 되어 있으니 파악되지도 보호 받을 수도 없었다. 이 책을 보면 그들에 대한 보호가 정책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그들이 언제 부모와 떨어져 쫓겨 나가게 될지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이런 이민자 문제는 정말 골치 아프다. 밀려드는 이민자를 몇 명까지, 어느 기간 동안 받아들이고 내보내야 하는지? 법적으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는데 안 나가는 사람들을 어찌해야 할지? 정말 난감한 문제다. 나는 그들에 대해서 대충 동정을 하지만 관계기관은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그들을 갑자기 급습하여 강제로 내보내기도 한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맘은 아프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난민들이 대규모로 몰려드는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는 안 일어나는 것만도 참으로 다행이다.    

5. 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이 문제되는데 그 저출산의 원인으로 위의 과잉적인 사교육도 문제지만 이 책에서는 ‘정상가족’에 혐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합법적인 부부간의 정상가족이 아닌 다른 삶은 잘못되었다고 차별하고 배제하면서 교육 받을 권리와 일자리까지 위협한다.


한국의 혼외출산 자녀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2019년 한국의 혼외출산 비율은 2.3%였다. OECD평균 40.7%(2018년 기준) 프랑스 60.4% 영국 48.4% 미국 39.6%이다. 물론 저런 나라들에서는 혼외출산을 정상가족에 대한 도전이나 도덕적 일탈로 간주하지 않고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도 어떠한 차별도 편견도 멸시도 전혀 없다. 양육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도덕적 판단 따위와는 무관하게 중립적이다. 즉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혼외출신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미혼모가 되더라도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보기에 이것이 우리나라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물론 요즘은 사실혼도 비혼도 이혼가정도 그리고 1인 가정, 무자녀 가족, 동성끼리 동거가족 등등도 많아졌지만, 이들은 대개 숨어 사는 존재들이다. 정상가족이 중심이 되어 있고 그 가족들간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는 그들이 경쟁에서 이겨 출세를 하려고 하는 것도 다 가족을 위한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은 병적이다. 저자는 혼외가정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배척하려고 하는 정상가정에 대한 집착이 이상하다고 주장한다. 우골탑이나 ‘기러기 아빠’, ‘치맛바람’이나 부모의 극성으로 아이들 뼈골 빠지게 하는 사교육도 다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위의 통계가 말해 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


이 책의 주요한 주장은 혼외출산도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이어야 하고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기야 저출산 극복을 위하여 혼외출산을 권장할 수는 없다 하여도 혼외출산에 대한 편견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6. 철학자 권용혁은 “한국의 근대적 자아는 자유와 자율, 권리의 담지체인 개별적 존재로서 형성되었다기보다 가족주의의 가치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는 자아”라고 분석했다는데 아주 맞는 말이다.

나부터도 그렇다. 나의 성장-발전 과정에서 그리고 지금의 정신상태에서도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지금도 좋을 때나 힘들 때나 우리 조상님들이 떠오른다. 나의 존재와 발전이 그 분들 덕택이라는 것을 나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이뤄낸 가정도 다 그분들 덕분이다. 물론 조상님들은 자식들과 상호의존했고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했지만. 그리고 부모님이 나름 자식들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자율성을 보장했는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주의에 대한 집착은 심한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부심을 넘어서는 나의 가족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7. 삶은 개별적으로 산다고 하더라도 모든 해결은 집단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가족에게 부과된 의미나 기능을 축소하고 가족의 짐을 사회가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이 해결책이고, 여성들에게 부담이 되는 개별적인 보육보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지 않고도 자기 삶을 꾸려 갈 수 있게 하는 공공의 보육시설이 확대되어야 하고, 노인들이나 아픈 사람들에 대한 케어도 개별가정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회복지적 차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 그런 기능을 개별 가족에게 맡기면 (빈부)계층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상가족에 대한 집착에서 벋어나 한부모가족이나 이민자들이나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감의 감수성이 높이고 그들과 함께 살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정책적으로 도입하고 법적으로 규범화하여 국가가 의무적으로 행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여기에는 물론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국가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저출산 대비 예산을 잘 정비하고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8.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와 같은 분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 (비례든, 지역구든)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분들이 다들 훌륭한 분들이겠지만 이런 분이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전문가적이고, 나름 진보적이고, 인류애적인 시각으로 체계적으로 잘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어서다. 저자가 주장했듯이 이런 모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의 정책화-법제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런 저술 활동도 훌륭한 정책제시가 될 수 있겠다.    

이런 지적은 적당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비혼이다. 저자도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했겠지만 결혼해서 가족을 구성하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가족’에 매몰되지 않고 가족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연구할 수도 있었겠다. 그렇지만 저자가 결혼을 해서 가족 생활을 했었더라면 아마도 이 책 내용이 더 풍부했을 것이고 간혹 가족에 대한 다른 방식의 경험과 관찰과 견해가 있었을 수도 있었겠다. 아쉬운 부분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