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에이징 솔로(Aging solo)’란 나이 들어서 홀로 사는 사람을 뜻한다. 대개 40~50대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여기에는 결혼 하지 않은 사람도 이혼한 사람도 다 포함된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오랜 기자 생활의 글쓰기 버릇대로) 내용과 표현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없고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요령있게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주변에 포진해 있는 에이징 솔로들이 겪고 있거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관계 생계 주거 돌봄 노후 등의 사회적이고 개인적의 문제를 조목조목 집어가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당면한 문제들의 해결을 모색하고 조심스럽게 새로운 시대경향에 맞추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고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들여다 보는 뚜렸한 시각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따뜻한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이라는 시각이다. 학부에서 인류학을 전공했고 기자 생활을 오래했고 사회복지재단과 정부부처에서 일한 경력들이 다 이런 글쓰기 실력과 내공을 쌓은데 도움이 되었겠다. 이러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분이 (논픽션) 작가로 활약하는 흔하지 않다.
이는 이 책의 장점만을 대략 이야기 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 책의 한계를 남자인 나의 경험을 통해서 지적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성과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고 다른 입장에서 이 책을 보충하려 함이다.
우선 대담자, 즉 저자 자신을 포함한 20명의 비혼여성의 샘플이 너무 한정되어 있고 적었는 느낌이 있다. 더 많은 대담자를 만나는 것이 필요했다고 보여지는데,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접했으면 좋았겠다.
지난 주말에 내가 재직했던 (수도권, 2년제) 대학의 제자 두명(34세, 50세)과 시간강사(45세)와 가볍게 술한잔 했다. 그 세사람이 다 남자이고, 다 10년전 쯤에 캠퍼스에서 만났다 헤어진 관계이고, 다 에이징 솔로이다. 이 세 사람의 간단한 소개를 대충 보아도 저 책에서 거론하지 않은 부분들이 생각날 수가 있다.
이 책은 앞부분과 뒷부분에서 이 책의 한계를 명백하게 실토하고 있다.
1. 이 책은 여성 에이징 솔로만을 대상으로 했고 남성 에이징 솔로들을 언급하려다가 “절실하다고 느끼는 생애 과제에 큰 차이가 있어서 하나의 이야기로 묶기에 어렵다고 판단”하여 포기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여성과 남성은 생애 과제 뿐만 아니라 개인적-사회적 태도와 기대와 책임들이 다르다. 남성 에이징 솔로들의 문제들은 더 복잡할 수가 있다. 그래서 함께 묶어서 거론하기가 쉽지 않겠다. 그렇지만 이 에이징 솔로의 문제가 여성들만의 문제로 한정이 되면 폭넓은 공감과 해결책을 이끌어 내는 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더 심각한 것이 남성들의 에이징 솔로라고 본다. 빈곤과 무기력과 중독과 단절… 이런 것들이 중복되어 있으면 답이 안 나온다. 이들을 어찌해야 할지?
2. 이 책은 “다소 수월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솔로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당면한 문제가 저출산-고령화이고 사회양극화 문제인데 그렇다면 이 책은 저출산 문제를 약간은 거론했지만 양극화 문제는 외면한 셈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보다도 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에이징 솔로들의 문제들은 더 심각하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난하고, 지방에서 태어나고, 집안의 도움을 못받고, 제대로 교육도 못받고, 희망도 없고, 당장에 먹고살기에 급급한 에이징 솔로들의 문제들은 거의 거론이 안되고 있다. 경제 문제 보다는 “관계” 문제에 역점을 둔 이 책의 의도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수월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저 책의 한계가 처음부터 느껴졌다.
여기에 나오는 저자를 포함한 에이징 솔로들은 우아하다는 느낌이다. 우아하지 못한 에이징 솔로들이 더 많은데. 대담자 중의 1/3은 저소득층이라 했지만 그래도 저들은 ‘경제’ 이상의 ‘관계’는 그래도 양호한 사람들이겠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3. 저자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비자발적인 솔로의 이야기 보다는 (이혼을 포함한) 자발적 솔로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사회의 에이징 솔로를 보면 (추측컨대) 결혼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어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원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가족 중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으면 남녀 모두가 결혼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과 달리 남녀가 결혼하기 위해서는 뭔가 내세울 것이 있어야 하는데 대체로 원만한 성격, 경제적 능력, 비주얼, 가족의 지원 등등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비자발적으로 비혼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거론한 내 제자 둘과 강사분도 다들 학력에, 경제력(직장)에, 외모에 결점이 있었다. 2년제 전문대 졸업의 학력을 보충하고자 4년제 대학에 편입도 하고 대학원도 다녔지만 남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다니는 직장을 자주 옮겼으니 비정규직이고 급여가 많지 않을 것이다. 저 강사분도 젊은 나이에 (SKY대학이 아니) in서울의 대학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나 10년 넘게 시간강사로 뛰고 있다. 경북 경주까지도 강의를 나간다고 한다. (하기야 나도 오래전에 전북 전주까지 시간강의를 나간 적이 있다.) 그렇다고 전임교수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집안이 넉넉한 것도 아닌듯하다. 저 3사람은 다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비자발적인 솔로이다. 이들은 이 책에서 언급된 에이징 솔로와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다.
나이들어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안 좋은 시선과 차별, 저출산의 혐의와 비난에 대한 방어가 필요하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에이징 솔로가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사람들로 취급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하고 다들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잘 인식하고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과 제도적인 뒷바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거창하지 않지만 차분하게 내고 있다. 이 책은 에이징 솔로라고 하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숨죽이고 있는 존재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데, (인문.사회학적으로) “삶의 사소한 조각들이 모여 사회적 패턴이 형성되는 지점을 관찰하는” 나름 참신한 시각과 방식을 사용했으며, 읽기에 부담이 없고, 유용하고 의미있는 내용을 지닌 책이고, 완성도가 높다.
저자의 ‘홀로이면서도 함께’인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