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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리히 캐스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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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9
  • : 147

문학이란 동시대의 아픔을 담을 수 있어야 하며, 가장 쉬운 말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에리히 캐스트너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읽으면서 저자 에리히 캐스트너가 말한 “재미와 감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덤으로 신선한 충격과 발견의 기쁨도 느꼈다.

<햄릿의 유령>에서는 주연 배우가 술에 취해 무대를 엉망으로 만들지만 결국 연극 <햄릿>의 핵심 포인트를 관객에게 알려준다는 역설이 재미를 더한다.

<나무가 인사한다>에서 시인은 깜짝 놀라 20년 동안 들판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깜짝 놀란다:

20년 동안 들판을 보지 못한 것이다!

보긴 했겠지만 지금처럼 본 적은 없다!

언제 마지막으로 꽃밭을 보았던가?

언제 마지막으로 자작나무 숲을 보았던가?

 

정원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저녁에 지저귀는 작은 새들이 있는 정원.

어머니가 좋아하는 푸른 제비꽃이 있는 정원……

부인이 더 가까이 몸을 붙이는 동안

보란 듯이 햄 샌드위치를 하나 더 집어 들었다.

 

나는 이 구절에서 무릎을 쳤다. 아.. 그렇다.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잊고 사는 게 많은가! 으레 그런 거지, 으레 꽃밭에 있는 꽃이고 지저귀는 새로 생각하며 소중함을 모른다. 이 시를 읽으며 새삼 습관과 편견 그리고 타성이 우리의 감정을 얼마나 무디게 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앨범 시>라는 제목의 시도 습관과 타성이 낳는 악영향을 꼬집는다.

 

닭이 별안간

달걀 대신에 애플파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실패하고 말았다. 왜?

닭은 달걀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미 많은 아이디어가 폐기되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조차 잊고 지내는 때가 정말 많다. 생활의 중압감에서 꽃을 꽃으로 보지 못하고 지내지 않는가! 그렇게 아름다운 꽃인데 말이다.

이 시집은 이런 발견과 각성의 실마리를 정말 많이 담고 있다. 그래서 첫 시 <덫에 걸린 쥐에게>는 “원을 긋고 달리면서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고 질타한다.    

언제 마지막으로 꽃밭을 보았던가?

언제 마지막으로 자작나무 숲을 보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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