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 웁쓰> 예쓰
형연 2025/09/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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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쓰, 웁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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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 2025-08-29
: 445
<음쓰, 웁쓰> 라임 쩌는 제목이 힙하게 느껴진 책.
음쓰에 대한 에세이 모음인 줄 알았는데
비움에 대한 저마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
얇아서가 아니고 흥미로워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
읽기 전엔 잘 몰랐다. 이 책이 음식물처리기 업체랑 관련있을 줄은. 하긴 음쓰에 대한 에세이라니 세상 낯설지 않은가. 그럼에도 궁금했던 건 책 제목과 필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손현님 글을 좋아하는 편👀)
1. 미깡님의 엽편소설이 재밌지 않았다면 쭉 읽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음쓰 버리기를 두고 펼쳐지는 신혼부부의 다툼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는데 음쓰 처리기를 구입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걸 보며 웃음이 났다. 요즘은 적절한 가전이 가정의 평화를 지킨다.
2. 손현님의 에세이는 음식물 처리기가 임무를 완수하는 시간동안 본인의 달라진 일상을 돌아보며 쓴 글이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썼던 시절을 지나 육아일기를 쓰는 아빠로의 변화, 그 시간을 통해 배운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생의 오전과 오후에 대해 쓴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3. 임수민님의 에세이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많은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 때려치고 싶다, 떠나고 싶다를 밥 먹듯이 하는 나에게 주는 따끔한 충고들이었다.
“ 해결책은 새로운 그곳에 있지 않다. 사실 지금의 문제는 내가 속해 있는 장소나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의 탓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비움은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도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식으로 채워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휙 떠나 버리고 싶어 한다면 그 충동을 이겨 내고 내가 가장 외면하고 싶은 바로 그 지점을 향해 집요하게 돌진하기 바란다. 해결책은 반드시 그 곳에 있다. ”
4. 정두현님의 에세이는 음식과 닮은 사람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변화하는 삶 속에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만 지나간 인연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함을 언급하는 부분이 좋았다.
“ 정성것 만들고, 기꺼이 나눠 먹고, 때가 되면 치워야 한다. 다만 그 순간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만은 잊지 않도록, 버리는 마지막까지 예쁘게 하는 일.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한다. ”
서로에게 환희를 가져다 줬던 순간을 훼손하지 않도록.
5. 이민경님의 에세이는 내가 이 책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글의 내용을 담고 있어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더없이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먹고사니즘과 음쓰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이야기 하나쯤은 있어야지.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을 (요리를 하지 않는)내가 잘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요리가 요령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음쓰를 줄여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음식을 소중히 대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나아지리란 저자의 바람도 뭔지 알 것 같다.
그 어떤 쓰레기보다 피하고 싶은 음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좀처럼 상상이 안갔던 이 책은 다섯개의 다채로움을 담아내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심지어) 재미있었다. 이런 주제로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게 신기했고, 제목이 가진 힙함 덕분에 음쓰가 유쾌함까지 갖추게 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ㅋㅋㅋㅋㅋ
#음쓰웁쓰 #에피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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