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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 공지영
  • 26,100원 (10%1,450)
  • 2018-07-30
  • : 1,485

 

 

 

처음부터 공지영 작가는 이 이야기를 확실히 해두고 나간다.
당신이 이 소설을 읽으며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사정일 뿐이라고.
그렇다. 그렇게 이 책은 작가에게 이 이야기가 특정 누군가를 지목한건 아니지만 당신 옆에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글을 오랫동안 쓰지 못했다. 블로그는 물론 실제 준비하고 있었던 글은 한 줄도 나아가지 못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나는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생각에 생각으로 사로잡힌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마침 예약구매했었던 해리 1,2권이 배송되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사정을 .

이 이야기는 한이나 - 예전에 무진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에 올라와서 살고 있는, 현재 직업은 기자이자 유명한 오승화 화백의 딸-의 무진에 오랜만에 돌아온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의 대장암 수술을 위해 잠시 병가를 내고 무진으로 내려온 한이나는 , 무진가톨릭 대학 병원-엄마가 수술을 받을 병원-에서 죽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익숙한 이름 하나를 피켓에 적은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 이름은 그동안 그녀가 잊고 있었던 기억이자, 악몽이자, 그 이름 석자만으로도 현실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그 피켓을 든 최별라를 지나칠 수 없었고, 그렇게 지나치려 했던, 지나치고 싶었던 기억들과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백진우 신부 .
한이나가 노을이 지는 무진 바다를 볼 수 없게 한 장본인이자, 기억 저편 어두운 그림자로 항상 한이나의 마음을 옭죄는 인물이다.
불타는 노을 앞에서 그는 그녀를 성추행하고, 그런 신부를 참을 수 없어 도망치듯이 무진을 떠났던 한이나.

다시 돌아온 그녀는 최별라를 만나 그녀의 딸이 백진우의 아이를 임신한 뒤 자살한 사실을 알게 되어 그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위해서 , 그녀는 그동안 차단했던 백진우 신부의 sns 를 차단해제 하면서 또 한명의,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해리.
어렸을 적 같은 성당을 다니며 친했지만, 한편으로는 거리감이 들 수밖에 없었던 친구이다. 중학생 시절 속옷가게에 들어가서 주인아저씨에게 속옷이야기를 하며 주인이 당황하는 꼴을 보며 자신에게 반했다며 웃어제끼던 아이. 이 나라에선 뚱뚱하고 가난한것보다 신장이 문드러져도 살빠지는게 낫다며 배고플 때마다 살빠지는 약을 먹던 아이. 그래서 서울에 올라온 뒤 어느샌가 그녀가 보내온 편지를 읽지 않게 된 사이.

그런 그녀가 백진우 신부의 페이스북에 유명 사교그룹 총재에게 성추행을 당한 가련한 여인으로 올라와 있었다.

한이나는 그동안의 기사들을 보면서, 팩트와 주장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팩트는 그녀가 스스로 말한대로의 성추행을 당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차 내부 구조였다. 하지만 세 아이의 , 장애인 단체를 운영하는 여인의 말은 눈물과 함께 호소력 짙게 그 팩트 위로 드리워져버렸다.

의문을 가지는 순간부터, 반동분자가 되어버리는 이상한 여론몰이 속에서 한이나는 갑자기 그녀가 들이민 하나의 증거 를 보고 의문을 갖게 된다. 그녀가 결정적으로 피해자라고 믿어지게끔 된 그 증거는 , 한이나에게는 그동안 나왔던 진술들과 맞지 않는 퍼즐로 억지로 맞춘 이야기 끝을 보여준 증거였다.

이 이야기에 최별라는 눈물을 흘리며 그들은 거짓말을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그 최별라가 모아왔던 팩트(사실)들은 어떻게 보면 적법한 방법으로 얻지 못한 것이고, 그렇기에 말을 꺼낼 수 없는 답답한 사실이다. -백진우 신부의 sns내역, 육선옥, 데레사, 이해리 이 세명의 통장 거래내역 ,적어도 백진우 신부에게 들어오는 돈은 다 이해리에게 나간다-몰랐으면 오히려 마음이라도 편했을 사실들뿐이었다.

이런 미지근한 결말에 대해 한이나는 씁쓸한 마음에 친구공개로 페이스북에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는데 어느샌가 백진우 신부의 신도들이 몰려와 악플을 달기 시작했고 , 그렇게 끝날 것 같던 이야기는 다시 시작하게 된다.

팀장의 소개로 무진의 도가니 사건을 맡았던 서유진 센터장을 만나게 되면서 한이나는 이해리가 정확히 어떤 경로로 유명 사교클럽 총재의 약점을 잡을 수 있었는지 알게 된다. 서유진 센터장의 촉으로 정성일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렇게 해리의 비밀에 하나씩 접근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한애리가 운영하는 장애인보호센터 앞에 있는 채수연을 만나게 된다.

채수연은 이해리의 갓 부산에서 상경한 모습을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장애인 보호 관련 일들을 배우고싶다며 접근해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재산을 모두 빼돌리고 , 그녀를 감옥에까지 들어가게 만들었던 이해리.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해리의 비밀을 모두 한이나에게 털어놓고 한이나는 이해리가 했던 페이스북의 모든 이야기가 가짜임을 알게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팩트를 발설하려 하는 사람들 이전에 미리 자신의 눈물과 이야기를 반복하여 제3자에게는 자신만이 피해자이고, 무결한 사람인것처럼 세뇌시키지만, 팩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러한 무차별적인 sns 선동을 일일이 막으며 다니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사실과 논리는 없는 부실하게 지어진 탑에 '이야기'라는 시멘트로 부실공사를 진행시키고 있다면, 우선은 그것이 부실하더라도 탑이기에 사실이라는 달걀을 든 자는 허망하게 그 벽에 달걀을 던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 탑 안에 사실에는 관심없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채수연의 소개로 알게 된 한이나의 시누이 송윤희, 그녀는 자신의 장애인 오빠가 그녀를 만나 일년 남짓한 시간에 죽고, 자신의 아버지까지 죽음에 이르렀으며 실제 그녀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오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려주게 된다.

마침 무진 교구에서는 한창 무진의 소망원 이야기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교구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와중에 백진우 신부의 이야기가 -이미 예전에 최별라가 제보했지만 무시되었던- 다시금 회자되면서 교구는 소망원 사태를 막기 위해 백진우 신부를 방패로 쓰게 된다.

그동안의 백진우 신부의 부패-한이나와의 관계 및 최별라의 사정 등 여러 고발건들-로 인해 파면을 당했지만. 그는 영리하게도 sns에 이렇게 쓰게 된다.

소망원 사태에 비판을 한 자신은 면직되었다고.

면직으로 인해서 해결될 줄 알았던 모든 것들은 다시금 시작되고 있었다.

백진우 신부의 추태를 알고 있던 한이나의 어머니, 오승화 화백은 그의 글에 댓글을 달게 된다. 실망이라고.
자신의 딸을 성추행 했던 남자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백진우 신부는 그런 그녀와 한이나를 고소하고, 자신을 면직시킨 무진교구까지 고소를 하게 된다.

전자는 자신의 글에 댓글을 달았던 오승화와, 백진우 신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을 올린 한이나를 명예훼손으로,
무진 교구에 대해서는 소망원 사태로

어느샌가 백진우 신부의 신도들은 그가 한 추태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또 그의 말 한마디 , 이야기 하나에 매달린 채 사실을 못보고 한이나와 오승화,무진교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소망원 피해자 유족까지도 그들을 적으로 여김으로써, 사실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은 이야기와 싸움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나타난 이수미. 그녀는 이해리가 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다 해고된 사람으로, 그녀가 자격도 갖춰지지 않은 채 장애인 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보하게 된다. 그렇게 운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할 터. 점차 이 이야기는 백진우 신부와 이해리에게서 나아가 시청, 교도소, 검찰청까지 그 범위가 확대된다.

이수미의 도움으로 시청까지 가서 장애인 보호 센터가 불법적인 기관임을 알리지만 시청은 검찰에 비리제보를 했다고 하지만  그 외에는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고, 前 시장의 비서와 독대하게 된다. 시청에서 미진한 이유를 前시장과 이해리의 관계, 그리고 現시장이 사실 그 前시장의 가장 젊은 비서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직감적으로 시청은 그녀의 것임을 알게 된다.


이후 소망원 취재를 하는 무진일보 남기자와 한이나는 만나게 되는데, 그는 한이나가 예전에 백진우 신부와 연인 사이였고 현재 이해리와 백진우 사이를 질투하여 이런 일을 벌인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해준다.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한이나. 이러한 상황이..한이나에게만 있을까. 잘못한 사람은 불안하기에 이야기를 먼저 퍼뜨린다. 자신에게 유리한 시각으로. 사실이 아닌, 꾸며낸 이야기를 퍼뜨리고 그걸 또 곧이 곧대로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면 피해자는 그 피해에 상처를 입고 다시 말할 정신과 사실들을 추스리고 앞을 바라보는데 , 이미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서있다. 사실을 변명으로 치부하고 들으려고 하지도,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손가락질을 하며 사실을 묻어버리려 한다.

이 소설은 이런 정글같은 사회를, 이야기가 쏟아지는 사회를, 그 이야기에 호도되는 사람들을, 진실을 알리려는 외면당한 사람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이나는 남기자에게 단호하게 사실을 말하게 되고 오해는 풀리게된다. 자신의 감정에 앞서기보단 백진우 이해리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그녀는 마지막으로 송채영을 만나게 된다. 송채영은 이해리의 세 아이 -한명은 자신이 낳았고 둘은 입양을 한 - 를 맡아 키웠던 어린이집 원장으로서, 이해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하고, 학대를 서스럼없이 했으며, 필요할 때만 데리고 나가서 사진만 찍고 sns에 올렸는지를 폭로하였다.

아이를 학대하는 무자비한 모습에 참지 못해 기사를 쓰려던 한이나는, 마침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발견했다는 뉴스가 타 방송사에서 터져나옴으로서  아동학대  사건을 묻게 된다.

하지만 장애인시설이 자격 없이 지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결국 검찰에 의해서 밝혀지고 -사실은 그 사실 외 더 많은 사실을 축소시킨 것이다- 시설은 취소된다. 이해리는 그 이후 인공수정을 하여 최근에 낳은 아이-사실은 백진우 신부의 아이-를 두고 자살-이지만 타살일 수 도 있는-로 죽음을 맞이한다.

백진우 신부는 어느샌가 그 취소된 장애인 복지 센터를 자신이 인수하여 센터장이 되고, 한이나에게 자료 및 정보를 제공했었던 이수미는 중간에 갑자기 사라지더니 어느샌가 그 센터에서 같이 일을 하는 사진이 올라오게 된다.

참, 길고도 긴 이야기를 숨돌릴 틈 없이 몰아가지만, 성급한 것 없이 침착하게 글을 이어나간다. 역시 공지영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작가 후기조차 하나의 글로서 나의 마음을 울렸다.


"그들로 하여금 떠들게 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갈 뿐"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가 살아온 발자국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삶 전체의 궤적으로 말이다.

모두가 이를 알고 산다면, 이런 글이 탄생하지 못했겠지.

다시 읽어도 재밌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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