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6
나를 공부하는 중입니다.



   



잠깐 서재에 들어왔다가 S님의 페이퍼를 보고 이 책을 주문했다. 예약 주문으로 설정된 걸 보며 '한강 열풍'을 실감한다.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바로 전날. 나는 퇴근 후 페럴만과 단골집을 향해 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잠시 신호에 걸린 사이, 익숙한 건물이 눈앞에 들어왔다. 그 건물에는 여러 학원이 숨 막히게 밀집되어 있었고 갑갑해진 나는 "저 학원들 좀 봐요. 아이들이 불쌍해요. 이렇게 괴롭히니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도 노벨 문학상은 안 나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어쩌다 다시 사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내가 잠시 우스웠지만 늘 하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페럴만에게서 톡이 왔다. 






124년의 노벨상 역사상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처음이라니 더 놀랍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친구가 종이 교과서가 곧 사라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술이 깬 뒤에 생각나 검색해 보니 AI교과서를 혁신이라며 교육부가 벌인 일이었다. 국회 청원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잠시 뒤로 물러서는 듯 보였지만 결론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AI교과서를 도입했던 국가들은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종이 교과서로 돌아가고 있다는데 걱정이다. 이런 와중에 한강 덕분에 종이 책이 다시 사랑받는 것 같다. 이 열기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틀렸는데 기분이 좋다. 다음 노벨상 발표 전날에도 같은 말을 해볼까...





사랑에 빠지는 것은 귀신에 홀리는 일과 비슷하다는 것을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닫고 있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뜨기 전에 이미 당신의 얼굴은 내 눈꺼풀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눈꺼풀을 열면 당신은 천장으로, 옷장으로, 창유리로, 거리로, 먼 하늘로 순식간에 자리를 옮겨 어른거렸습니다. 어떤 죽은 사람의 혼령이라도 그토록 집요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 여름 밤 내 책상 옆의 작은 거울 속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어설픈 수화를 연습하는 내 상반신이 비쳐 있었지만, 거기 어른어른 겹쳐 있는 당신의 얼굴을 나는 매순간 알아보았습니다. (45쪽) -희랍어 시간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