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와의 정원> 오가와 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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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토와의 정원의 친구들은 잇따라 피고 지며 마치 계절이라는 이어달리기의 바통을 넘겨주듯 향기의 언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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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1
엄마를, 잊는다. 엄마 같은 건 처음부터 없던 셈 친다. 엄마가 나를 잊은 것처럼 나도 엄마를 잊는 것이다. 그러면 나와 엄마는 비긴 것이 된다. 물론 그렇게 간단히 엄마를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이미 내 마음속에 살고 있다. 내장처럼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있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잊어야만 한다. 내 마음속에서 엄마를 쫓아내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자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나는 '엄마'를 봉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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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1
엄마를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도 금방은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원망하는지 사랑하는지, 엄마를 둘러싼 물음에는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다.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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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8
"행복해"
나는 말했다.
"살아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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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소녀 토와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매 주 수요일, 집으로 생필품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따로 말을 걸거나 시간을 보낸적은 없다. 세상과 단절된 채 오래도록 집 안에서만 지내던 어느 날, 엄마는 돈을 벌기위해 일을 하러 나가겠다고 한다. 엄마없이 혼자 있는건 상상도 못하는 토와가 마구 떼를 쓰자 엄마는, 토와가 자는 동안만이며 일어나면 집에 엄마가 와 있을거라며 타이른다. 하는 수 없이 토와는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약(수면제)’을 먹고 깊은 잠에 빠진다. 날이 갈수록 엄마는 집과 토와에게 소홀해졌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으며, 토와에게 손찌검도 하게된다. 집은 쓰레기로 엉망이 되어갔고 이러한 생활이 이어지던 중 아침에 돌아올거라고 했던 엄마는 하루, 이틀이 지나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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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주는 제목과 그림이 주는 첫인상에, 무작정 행복하고 따뜻한 책인줄만 알았다.
결론적으로는 마음이 부풀어질만한 감동적인 이야기이나 서사는 참, 안타깝고 또 안타깝고 심지어 놀랍기도 했다. 심리적 충격에 추리소설의 느낌도 살짝 들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토와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묘사가 뛰어나다. 아.. 앞을 못보는 시각 장애인들은 이렇게 느끼겠구나, 이렇게도 불편하겠구나, 아..이 부분은 마치 생각도 못했네. 그리고 요즘 아동학대, 유기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인지 보는 내내 이거..실화를 바탕으로 쓴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하고 몰입도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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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모든것을 감내하고 이겨내어 마침내 행복을 마주하는 토와를 보고, 느끼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대단한걸 하지 않아도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이 얼마나 소중하고, 이 감정이 자기 자신을 지켜내는데 엄청난 힘 임을 알 수 있었다. 하루하루가 모여 미래를 생각하게 되고, 꿈을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감이 모여 인생이 되는게 아닐까? 내 자신이 좀 축-쳐져 있거나, 뭐하나 재미난게 없거나, 인생이 무료하고 그저 그럴때. 그럴때마다 다시 꺼내서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