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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l1223님의 서재
  • 생의 마지막 날까지
  • 홍신자
  • 15,750원 (10%870)
  • 2023-09-06
  • : 424
오랫동안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궁구해내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믿음직스럽다. 생각이 너무 멋져서 왜 이제야 알았을까 싶을 정도다.
항상 성장에 대해 생각했던 때를 지나 이제 성숙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에게 성숙한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할까, 이런 질문들이 나에게 새롭게 떠올랐다.
10년의 미국 생활 동안 나는 자유를 누렸다고 생각했었다. 무용가 홍신자라는 이름으로 성공을 맛보았고 명성도 얻었으니. 그러나 성취해야 할 것을 해냈다고 생각한바로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허탈감과 함께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이 한꺼번에 가슴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서른여섯 해를 살면서 외면해 온, 밀린 숙제들이었다. 개학 전날의 초등학생처럼, 손도 못 댄 채 미뤄두었던 숙제들 앞에서 나는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짧은 목표들은 언제나 있었다. 그래서 움직여야 할 방향도 명확했고 할 일도 분명했다. 그 방향으로 뛰고 그일을 하면서 늘 열심히 살아왔지만, 정작 가장 간단한 단어로 이루어진 짧은 질문들 앞에서는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왜 사는가, 그리고 왜 죽는가.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위태롭게 서 있는 허술한집 한 채에 불과했다. 너무도 낯익은 질문이 하나 굴러와그 집의 기둥에 툭 부딪히자, 그만 그 집은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P-1
그는 모든 예술 중에서 가장 순수한 예술이 춤이라고했다. 그는 춤을, 무용가를 좋아했다. 그가 해준 말은 짧았지만 그 순간의 커다란 깨우침이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춤을 추는 순간 나는 사라진다. 춤은 보이지만 춤추는 자는 사라지는 것이다. 보는 자의 영혼에만 가닿을 뿐흔적은 남지 않는다. 그 춤이 내 것이라고 내세울 수는없다. 스스로를 내세운다면 그 전에 춤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춤은 증명하거나 제시하기 위해 추는 것이 아니다.
춤은 등의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고 팔다리의 기교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강해질수록 춤은 보이지 않고 춤추는 자의 몸만 보인다.
그럴 때의 춤은 춤이 아니라 ‘내가 여기에 있으니 나를봐주세요‘ 하고 말하는 사람의 ‘몸짓‘에 불과하다. 그런몸짓은 보는 이를 괴롭히기만 할 뿐이다.- P-1
미리 계획하지 않고 그저 느껴지는 대로 이어나가는 춤. 온전한 나의 춤.
물론, 젊었을 때는 팔을 더 높이 들 수 있고 기교를 넣을수도 있었다. 그러나 젊은이가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테크닉으로 추는 춤과, 나이 든 이가 추는 춤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동작이 익어간다. 기본적인 동작에도 의미가 담긴다. 맛에 비유하자면, 갓 담근 된장과 익은 된장의 차이일 것이다.- P-1
누군가 사랑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순간‘이라고 말할것 같다. 혹은, 거기에 덧붙여 너무 순간이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모호한 대답을 할지도 모른다. 최근에도사랑이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기기 위해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았다. 그저 물 흐르듯이 그 따듯한감정과 사랑스러운 숨결을 그대로 지나가게 두고 싶었다. 사랑은 그저 그 순간에 존재했던 감정일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나에게 곧잘 묻는다. "사랑이란 것을 최근에 느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랑은 어떤 것인지요?" 나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주 짧게, 기억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장소중하게 여기는 감정인 사랑을 왜 기억하지 않느냐고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랑을 느끼는 한순간에집중할 뿐 기억으로 붙잡아두거나 손아귀에 쥐고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사랑에 관한 추억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려 할 테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이 너무나도 값지기 때문에 오롯이 받아들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혹시나 소유욕으로 인해 순간의 감동을 놓치거나 집착하게 될까 봐 두렵기도 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P-1
좀처럼 관여하거나 훈수를 두지 않는 나에게 딸은 "엄마, 나 친딸 맞아?"라며 어린아이가 할 법한 말을 하기도한다. 나는 그저 알아서 답을 찾으라고 말해줄 뿐이다.
"시간을 가지고 결정해라" 정도 외에 내가 더 보탤 말은없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항상 직접 겪어보고 부딪쳐봐야 아는 것이니.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잘되는일이 있으면 못되는 일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일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다하되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관념은, 끊으려면 끊어지는 쇠사슬이다. 굳게 믿고 있던 관념으로부터 벗어나면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도 막상 닥쳐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스스로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 힘을지녔다는 사실만 인지한다면, 생활 속의 순간순간이 자유를 향한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하나.
사랑을 공부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P-1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늘 열려 있어야 인생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내가 늦은 나이에 춤을 따라갔던 것처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특별함과 이상함을 동시에 얻게된다. 그러나 사실 그 특별함과 이상함은 내 안에서 비롯된 감각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선에서 생겨나는 것들이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그저 자유로운 선택과놀이일 뿐이다.- P-1
이미 일어난 비극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기억과 아픔을 비워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생은 하나의 긴 경험이다. 사계절이 있듯이, 삶에서도 업 앤드 다운upand down이 반복된다.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사랑을 하나씩 찾자. 그리고 그사랑을 나누는 공부를 하자. 사랑을 베푸는 것이 권력이나 돈을 베푸는 것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성현들은가르쳤다. 우리 생명의 근원은 사랑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본질 역시 바로 사랑이다. 사랑으로 비로소 충만해졌을 때 남에게도 베풀자. 미움을 가진 사람은미움으로밖에 남을 대할 수 없다. 베푼 만큼 되돌아오지않을까 봐 실망할 바엔 차라리 사랑하지 않겠다고 철문으로 가슴을 무장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가 접근해 오면 두려움과 긴장부터 느낀다. 이 사람과의 승부를 미리걱정하는 것이다. 가슴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사랑이 머- P-1
리를 거치면, 미처 깨닫기도 전에 계산과 방어가 시작된다. 가슴속의 소리를 조용히 들어보라. 사랑이 솟아오르고 있음을. 사랑의 힘이 온몸으로 퍼져나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비의 전율이다.
사랑은 치유라는 이름 안에서 강해진다. 구속과 억압,
자기만족이라는 이름 안에서는 한없이 폭력적으로 기울게 된다. 사랑은 상대방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했을 때 격려해 주고 축복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배우자를, 자식을, 제자를 구속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욕심이다. 질투나 소유욕을 우리는 자주 사랑으로 착각한다. 그러고는 그것에 서둘러 사랑이란 이름을 붙이고상대를 구속하기 시작한다.
- P-1
일상이 여행인 나는 늘 길을 물어가면서 다닌다. 길을알려주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때로는 사랑, 때로는 증오,
때로는 무관심을 본다. 증오를 가진 자의 손가락은 엉뚱한 곳에 가 있고, 무관심한 자의 손가락은 어디를 가리키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랑으로 가득한 자의 손가락은 언제나 정확한 곳을 가리킨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영원히 길을 헤매고 말 것이다.- P-1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표현함으로써 삶을 조절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득, 자신이 왜 그 순간에 눈물이 나고 화가 났는지 의아해질 때면 스스로 돌아보며분석하고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감정은 정직하므로, 그것을 탐구하면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 만약 누군가를 만나는 게 힘이 들고 기운이 빠진다면, 돌아보라.
겉보기에는 안정적일지라도 지금 그 관계에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테니 말이다.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한 다음엔 자기를 보다 솔직하게드러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마치 내게 꼭 맞는 스웨터를 뜨는 일과 같다. 몸에 맞는 자신만의 옷을 입고 있으니, 나를 표현하는 데에 자신감이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웃음으로, 울음으로, 표정으로, 그리고 말과 글로 모두 쏟아내야 한다. 가슴에 빈 공간만 남기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빈 가슴으로 서로를꼭 껴안는 것이다.- P-1
나는 늘 ‘지금‘이 좋다. 나는 ‘지금‘을 살고 ‘지금‘을 사랑하고 ‘지금‘에 대해서 생각한다. 무지개를 보면 춤추며노래하고 싶고, 소망을 꿈꾸고, 키스하고 싶다. 젊었을때보다 지금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는 현재의 내가 훨씬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의 자유를 방해하는 습관적 행동은 멀리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받아들이려 한다. 어차피 모든 것은 내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내 힘으로 비워내려는 것이다.- P-1
나이 듦의 좋은 점은 이처럼 새로운 눈을 갖게 된다는것이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관계의 끝맺음 앞에서는 서운함이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원망도 미련도 없다. 그저그런 기분들을 바둑을 두듯 늘어놓을 뿐이다. ‘왜‘라는이유도 붙이지 않은 채로 그 감정을 거기에 그대로 두고나는 오늘을 위해 떠난다. 자꾸만 ‘왜‘로 돌아가는 것은내가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왜‘는 끝이 없다. 끝없는 질문을 하다 보면 과거에 갇히게 되고, 결국은 자유롭지 못한 상태를 만든다. 과거로 간다는 것은 퇴보하는것이나 마찬가지다. 더 이상 생각의 끈을 늘이지 않고 끊어내야 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중요한 법이니 자꾸 과거의 끈만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로 돌아오는연습을 해야 한다.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지속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과거를 파고들지 않는 연습을,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을 비우고 정화하는 연습을말이다. 만리 길도 첫걸음부터다.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유를 찾아보자.- P-1
그러면 작년의 나보다 올해의 내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에는 더성숙해질 수 있다고 기대해 보기도 한다. 늙음은 어떤 한구간에 멈춰선 채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나는 노화라는 단어를 성숙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말하고 싶다. 끝도 없이 늙는 게 아니라 끝도 없이 성숙해지는 것이다.
성숙이라는 과정 속에 삶이 있고, 죽음으로 그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몸은 마치 법당과도 같다. 나는멍하게 앉아 있을 때가 많은데, 남들은 더러 오해하여 나에게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묻곤 한다. 나는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앉은 채로 몸의 에너지가 흐르고 진동하는 것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 감각과은밀히 만나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그 어느 것도 끼어들 수 없다.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시간을 잊는다. 몸에커다란 감사를 느끼며 그냥 앉아 있다. 아침이면 눈을 뜬것에 감사하며, 또 하루의 경배를 시작한다.- P-1
생각해 보면 사는 것은 간단하다. 먹으면 살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 식사는 마치 호흡과도 같다.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제일 중요한 것이 식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았다. 지인 중에는 처음에소화불량을 겪다가 위암으로까지 발전되는 경우가 더러있었다. 나는 그것이 식사의 조화가 깨졌기 때문이라고생각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이룬다. 그러니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겠는가. 아주 간단한 것들을 지키면 된다. 먹는 음식에 따라서 내안에 있는 것들이 달라진다.- P-1
 어떻게 식사를 할 것인지는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간단한 노하우나 즉흥적인 해답만을 원하는 이들도 몇몇 있었는데,
이는 옳지 않은 방식이다. 직접 경험해 보아야만 체득할수 있는 원리가 있다. 명상은 스스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P-1
고독은 침묵과 가까운 형태이고, 침묵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해답을 내린다. 그 해답이 어떠한지에 따라 자유로움의여부가 결정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고독의 진가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고독한 시간이 있어야 진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법이다. 더불어 결국 인생이란 고독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깨달아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한 번도 고독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모든 일이 하나의 거대한 과정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실은 인생에는 별것이 없다. 결국 모든 일은 나에게서 시작하고 나에게서 끝이 난다. 주어진 시간과 주어진 감정을 온전히느끼는 것이 지금을 누리는 가장 자유로운 방식이다. 고독하다는 것과 외롭다는 것과 쓸쓸하다는 것의 맛과 느낌과 질감을 느끼고, 그것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들여다보고, 그 시간을 누리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 P-1
육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스스로를 마침내독립된 한 실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과정 맨 위에는 나의 정신이 있다. 우리가 죽음을맞으면, 육신이 소멸하며 정신도 함께 소멸한다. 그러니죽는 것은 결국 정신, 즉 에고다. 두려움을 만들어내는것도 에고다. 에고가 소멸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에고란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는, 때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맞는지 믿기 어려울 만큼 불투명한 존재다.
에고는 그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끼면서,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외적 조건들을 끌어모아 증거로 삼으려 한다. 모든 갈망이 여기에서 일어난다. 죽음에 대한두려움은 그런 갈망이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상실한다는데서 생겨난다. 그렇다면 육신의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고를 먼저 죽일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체득해 지니고 있었던 모든 지식과 관념을 송두리째 벗어던지기로 했다.
단선적인 언어로는 이러한 합리적이고 조화롭고 질서있는 혼돈을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단지,
스스로 빈 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만을 느끼고 있었다. - P-1
나는 한 척의 배고 노를 젓고 있는 사공은 나의 에고다. 그러나 빈 배는 사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물결의 흐름을 따르는 것 외에는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때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애썼던, 혹은 저먼 강건너편에 이르려고 서둘렀던 사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나는 빈 배로 떠 있겠다. 더러 바람에 흔들리고 물결에 일렁이겠지만, 바다로 향하는 순조로운 흐름에 무심히 실려 있겠다. 어쩌면 바다에 이르기도 전에 강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배는그저 물속에 가라앉은 빈 배일 뿐이다. 빈 배가 걱정할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P-1
나는 자연으로부터 안정과 평온을 얻는다. 자연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려 한다. 숲속에 앉아 게으름과 지루함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문자 그대로 그저 숨만 쉬면서 살다 보면 나는 까마득하게 흐려진다. 왜냐하면 그 무엇과 나를 구분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태에서 행복을 느낀다. 깨달음을 얻고자 했던 그동안의 모든 노력은 바로 이런 순간에 이르기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품고 있는 환상을 깨뜨리는 것부터 시작했었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나에게 품고 있는 생각을 환상이라고인정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환상은 부정적인 현장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부서진다. 그 환상이 부서졌을 때의 아픔이란 것도 별것 아니다. 그러나 자신에 관해서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자신에 대한 환상은 너무나도 교묘히 짜인 하나의 작품이자 명작이라, 어디를 건드려도 모순을찾아내기 힘들 만큼 논리적이고 또 조직적이다. 이 명작을 창조한 작가는 바로 교활하고 영악한 나 자신이다.
이 환상은 깨뜨리기도 힘들고, 힘겹게 깨뜨리고 난 뒤의고통도 크다.-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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