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나답게.
서어나무
어떤 상황에서도 온전히 내 모습을 지켜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자신을 바꾸고 싶은 유혹에 흔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진정한 나로 살아가려면 나무껍질처럼 자신을둘러싼 외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나무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고 소중한 엽록소를낭비하는 법이 없다.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성장에 집중한다.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서어나무도 그렇다. 이나무는 유달리 높이 자라지도 않고, 화려한 꽃을 피우지도 않으며, 맛있는 열매를 맺지도 않는다. 수천 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기 자리에 단단히 뿌리 내리며 강인하게 자라왔을 뿐이다.
단 한 번도 박수갈채를 바란 적 없이.- P-1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손 내밀기
느릅나무
느릅나무는 혼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스스럼없이 손을 내민다. 애벌레에게 공격을 받으면 이 나무는 페로몬pheromone이라는유인물질을 내뿜어 기생말벌을 불러들인다. 페로몬에 이끌려 날아든 기생말벌은 애벌레 몸속에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애벌레를 먹이 삼아 자라면서 위협을 서서히 잠재운다. 우리는 종종 남의 도움 없이 오롯이 자기 힘으로 해내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느릅나무는 모든 것을 혼자 끌어안고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로는 그저 말벌을 부르기만 하면 된다.- P-1
서로의 곁을 지키는 일
우산가시 아카시아나무
나무는 말없이 서 있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주변과 어우러져살아가는 사교적인 생명체다. 우산가시 아카시아나무는 곁에 있는 친구를 살뜰하게 챙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영양이나 기린이 간식 삼아 나뭇잎을 한 입 뜯으려 하면 이 나무는 에틸렌가스를 내뿜어 이웃 나무들에게 위험을 알린다. 신호를 받은나무들은 잎에서 떫고 쓴맛이 나는 타닌rannin을 내보내 허기진 초식동물의 입맛을 뚝 떨어뜨린다. 우리도 우산가시 아카시아나무처럼 평소 친구들을 세심히 살피고, 위험이 닥치면 빠르게 정보를나눠 서로를 지켜주기로 하자. 단, 가스는 너무 뿜어대지 않기!- P-1
공동체와 함께하는 삶
미송
사람처럼 나무도 서로를 지탱해주는 관계망에서 힘을 얻는다. 한때 과학자들은 미송 Douglas fir 같은 나무들이 왜 가깝게 붙어 자라는지 의아해했다. 햇빛을 받으려면 간격을 벌릴 법한데 오히려서로의 햇빛을 가릴 위험까지 감수하며 바짝 모여서 자랐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흙 속에 사는 균류의 도움으로 나무뿌리가 서로 긴밀하게 이어져 영양분이 오가고 있었다. 미송은 이 뿌리망을 통해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심지어 숲 공동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라면 쓰러진 그루터기에도 생명이 꺼지지 않도록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때의 공동체란 단지 미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송은 비록 종이 달라도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한데 어우러져 살아간다.-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