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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l1223님의 서재
시인의 브이로그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이 책을 덮으며 오전잠을 잤다.
얼굴을 알게되면 작가에 대해 상상하는 내 기쁨이 반감될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 우연히 알게되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 그 기쁨이 언제 올지 설레는 하루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일기시대보다 잘 읽혔다.

《인간실격>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호리키는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네 난봉도 이쯤에서 끝내야지, 더 이상은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일까요. 그 세상.
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무조건 강하고준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호리키를 화나게 하는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그건 세상이 용납하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네가 용서하지 않는 거겠지.‘
그런 짓을 하면 세상이 그냥 두지 않아‘
‘세상이 아니야. 자네겠지
"이제 곧 세상에서 매장당할 거야‘
‘세상이 아니라 자네가 나를 매장하는 거겠지《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인간에 대한 공포로 몸서리치는 인간이다. 특히 요조는 세상에 대한 공포가 아주 크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호리키가 요조에게 "이제 좀 정신 차리라고, 세상이 용납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을 때, 요조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요조는 예전보다 아주 조금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다. 이 부분을 읽은 이후 나도 세상을 개인으로 축소해서 생각하는 법을 기르게 되었다. 가령, "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않지만, 사람들은 좀 안 좋게 생각할 수 있어." 누군가 나에게이렇게 말했을 때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니라,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 세상이라는 커다란 짐은 별게 아닌 것 같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다음과 같은 말에도•요즘 누가 시를 읽어?
→사람들이 안 읽는 게 아니라, 네가 안 읽는 거겠지.
・야, 그렇게 시를 길게 쓰면 누가 읽냐?
→네가 안 읽는거겠지.
•너 그런 성격으로는 세상살기 힘들다?
→ 세상이 아니라 네가 날 받아들일 수 없는 걸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나는 세상과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눈앞의한 사람, 개인과 싸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나의 싸움은 전쟁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싸움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세상을 등에 업고 당신에게 상처를 준다면 이렇게 중얼거리면 좋다.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거대한 세상이 아니라내 눈앞에 서 있는 작은 당신일 뿐이야.
이건 아주 작고 사소한 싸움일 뿐이야.
결국 선물을 주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좋아서 가게에 가서 누구에게 줄지도 모를 선물을 샀다. 도끼 빗을 들고 있는 여자가 잔잔하게 뒤를돌아보고 있는 그림의 책갈피였다.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을 몇 천원에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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