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해와 함께 블라인드 책에 대한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이 sns에 떴길래 기대반 궁금반 해서 신청했었다. 어떤 책이 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ㅎㅎ블라인드 책이라니
처음 책을 받자 마자 금주 다이어리라고 해서 조금 실망했다. 나는 술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술도 안먹는 사람에게 금주 다이어리 책이라니...심드렁해 하면서 몇장을 읽기 시작했는데ㅋㅋㅋㅋ몇장을 넘기자 마자 실망은 이내 사라졌다. 금주에 대한 내용이면서 금주에 대한 내용만은 아닌듯ㅋㅋㅋ묘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1. 술에 대한 이야기 인데 뭔가 익숙하다?
물론 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인이 금주를 시작하면서부터 일지를 적기 시작했고 1년동안에 금주를 하면서 여러가지 느낀 것들을 블로그에 올린 내용들을 정리해서 엮은 책이다.
술을 끊으면서 겪게되는 각종 금단증상이라던가 여러가지 힘들었던 것들, 금주기간동안 감정의 변화, 금주를 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좋았던 부분 등,
술!술!술!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금주를 결심한 적도 없고 술도 많이 즐기지도 않는데도 그녀가 쓴 글들이 내가 언젠간 느낀 감정들처럼 느껴졌다. 읽으면서 뭐지 뭐지 싶었는데... 생각이 났다.
내가 뭔가를 망쳐서 인생에서 후회될 때 그리고 내가 이런 뭔가 망친 것들에 대해서 바꿔 보고 싶어한 순간에 이런 감정들을 많이 느꼈었다는걸 알게 됐다.
그녀의 금주 다이어리는 인생에서 망했다고 생각이 들때 거기서 회복해 나가는 과정들을 낱낱이 보여주는 점에서 술을 먹지 않더라도, 알콜중독자가 아니더라도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그리고 이런 책은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잡았고 뭔가 바뀌고 싶다고 생각한 독자들이 있다면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 들었다.
2. 영국인지 한국인지 내 이야기 인지
글쓴이는 영국인이고 영국의 지방중소도시에 살고 있다. 이런 그녀가 쓰는 글인데도 전혀 이질감이 없었고 너무 웃기기 까지 했다. 한국의 옆집 아줌마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내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적은건가 싶기도 한 것도 많았다. 맨날 실패하고 좌절하고 푼수떨다가 유난법석떨다가 좋았다가 우울했다가ㅋㅋㅋ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사실감있게 글로 잘 표현해 놓아서 얼마나 웃겼는지ㅋㅋ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날의 풍경-
P246
우리는 늦지 않게 도착했을 뿐 아니라 일찍 왔다! 처음이다. 아직 아무도 없다. 나는 학교 정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난 정말 백 점짜리 엄마라니까.
천천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 쌍의 눈이 나를 향하고 키트가 입을 연다. "다들 어디있어요, 엄마? 오늘이 정말 맞아요?"
나는 핸드폰으로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한다. 확실히 우리는 일찍 왔다. 스물네시간이나 일찍! 개학은 내일이다. 제기랄. 캐주얼한 청바지와 점퍼 차림의 교감 선생님이 정문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 엄청난 실수를 교감 선생님에게 들키고 싶진 않다.
"얘들아, 숨어!" 내가 몸을 숙이며 외친다. 아이들은 꿈쩍도 없이 열두살 이하의 어린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한심하다는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볼 뿐이다.
"우리 왜 왔어요, 엄마?" 매디가 묻는다. "날짜를 잘못 알았어요?"
"아니, 아니, 절대 아니야." 내가 대답한다. "방학이 너무 길었으니까 예행연습을 한거야. 정말 신난다, 셋 다 아주 잘했어! 내일은 아주 쉽겠어! 그러니까 특별한 보상으로 방학 마지막 날을 기념해서 영화 보러 가자."
3. 잘 읽히는 번역
번역한 책을 살때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전에 미리 책방에 가서 스르륵 훝어보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에 잘 읽히지만 유난히 꺼끌꺼끌(?)하게 읽히는 책이 있어 괜히 돈낭비 하기 싫어서 그러곤 한다. 이책은 번역이 잘되어 있어서 좋았다.
4. 후반부의 다른 국면
반전까진 아니지만 뒷부분은 금주내용 + 약간 다른 국면으로 접어 들게 되어 그 내용과 더불어 금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고개 끄덕어 지는 부분도 많고 좋았다.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저자에 감정 이입된 상태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매우 솔직하고 유쾌한 일상 회복기를 접해 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 보라고 추천해 보고 싶다.
https://m.blog.naver.com/liveshj/2226187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