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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의 서재
  • 봄이 오면 녹는
  • 성혜령.이서수.전하영
  • 13,500원 (10%750)
  • 2025-01-20
  • : 2,400


-나방파리

햇볕을 보니 눈에 거뭇한 잔상이 남았다. 언니가 무심코 눌러 죽인 나방파리 같은 검은 얼룩이 천천히 사리지기를 나는 기다렸다. P.44


 -️언 강 위의 우리들 (⭐⭐⭐⭐⭐)

연대, 위로, 응원, 다정함, 따듯함. 그게 우정의 전부는 아닐 것 같았다. 마음의 상처, 후회, 성가시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자그마한 분노, 비교와 대조, 차이와 차별, 무시로 귀결된 언사와 가까스로 참는 인내와 견딤은 우정이라 할 수 없을까. 집착과 오해와 증폭된 피해 망상은. 그것에 대해선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우정이 아니라서? 혹은 우정의 보기 싫은 점이라서? P.85


 -️시간여행자-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내가 시간에 대해, 우리에 대해 쓴다면, 여전히 우리를 우리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살아 있는 그는 나를 응원해줬을까? 내 마음은 그럴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쪽으로 기운다. 내가 다음에 올 사람들을 미리 용서하듯 그 역시 그렇게∙∙∙∙∙∙ p.163



앤솔로지 '얽힘'은 공통 키워드와 장소로 구성된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첫번째 책의 키워드는 ‘손절’, 장소는 ‘정독 도서관’ 이다. 배경인 도서관을 풍경으로 지나가는 인물 1,2,3 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는데 인물들이 가진 고민과 지나쳤던 장소가 같으니 다음 단편을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고 느껴졌고 세 이야기는 현실감 있게 와 닿았다.


성혜령 작가님의 <나방파리>는 주인공 일영과 종희 언니가 종로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희는 자식 시온이 죽고 난 후 그와 대화하기 위해 여러 영매를 찾아다녔는데 그 중 용한 이발소 영매가 종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자신을 데려가냐는 일영의 질문에 종희는 네가 부조를 가장 많이 했다는 싱거운 대답을 한다. 그리고 일영은 종희를 처음 만났던 기억과 자신과 같이 아픔을 안다고 생각했던 언니에게 감정 쓰레기통처럼 전화를 받았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이발소 영매를 만나고 난 후의 밝혀지는 사실들을 꽤 섬뜩하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나방파리처럼 서늘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서수 작가님의 <언 강 위의 우리들>이었다. 주인공 예슬은 친구 미진과 이제는 손절하겠다는 종선의 말을 들으며 종로의 숙소로 향하게 된다. 미진이 자신을 손절하고 무시하는 것 같다고 화내다가 끊임없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종선을 보며 예슬은 우정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다 지난겨울, 셋이서 국화호텔을 방문했던 추억을 회상하다 미진의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그녀가 근처 음식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되는데. 오래된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고 호텔 앞 언 강 위를 바라보며 우정에 대해 생각하는 이야기는 정말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


전하영 작가님의 <시간여행자>는 주인공 태주와 친구 현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태주는 현무와 소진을 사진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같은 학교에 다녔음에도 서로 모른 척했지만 세미나 후의 만남에서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을 가족 문제, 남몰래 앓는 병, 복잡한 마음들에 대해 나누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현무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그 후부터 그에 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의 죽음을 되돌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과거 회상은 그녀의 미래를 괴롭히기도 하고 지난날의 미련을 끊어내기도 한다. 긴 이야기의 분량이었지만 과거와 미래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고 또 시원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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