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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 임지은
  • 15,300원 (10%850)
  • 2024-11-28
  • : 8,760

[싫음을 마주하는 용기]


🕳️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할수록 사람을 더 잘 견디게 된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정말로 그렇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P.9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 모습 속에 보이는 자신의 일부를 미워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자극하지 않는 법이라는 말인데 시간이 지나보면 무언가를 미워했던 마음 깊은 곳에는 상처가 숨어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는 1부. 나에 관한 것, 2부. 당신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싫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본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반지하, 엄마, 할머니와 동거인 그리고 타인들과 겪었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당시엔 이해할 수 없던 사람들과 감정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마주치는 글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들여다본 결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타인을 이해하는 경지에 오르기까지 한 느낌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님은 이렇게 나한테 다 말해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이야기도 들려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주지 않거나 아예 제3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신경쓰지 않지만 마음을 준 사람,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속상한 감정과 이해하는 감정이 동시에 들어 맘이 복잡할 때가 있다. 이런 양가감정에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었는데 글을 다 읽고 나니 얼굴을 꼭 마주하고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싫어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그 속을 들여다보기. 용기가 무척 필요하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방법이다.


🏷️ 나를 키워 낸 부모처럼, 언제나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해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배우면 배우는 대로 더 해내게 된다. 그걸 안 뒤로 나는 배우고 싶은 모든 걸 조금 더 오래 본다. P.105


🏷️ 다만 그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나를 몰아세우는 건 그만두었다. 스스로를 보살피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 숨 쉰다. 개에게 배운 바,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한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6


🏷️ 나는 읽고 쓰는 일을 놓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었다. 나를 망치려는 상대가 원하는 걸, 결코 호락호락하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이 용감하고 담대한 거라면…얼마든지 그러겠노라고, 나는 산 책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P.148


🏷️ 후회는 발견한다. 어디가 잘려나간다 해도 사랑을 주고 받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후회는 포함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한 마음을. 후회는 포함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한 마음을. 후회는 그토록 많은 걸 한다. P.178


🏷️ 겨울마다 부서진 눈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누구라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눈사람이 죽었다. 부지런히 눈을 뭉치고 굴리는 사람들도 눈사람의 미래를 아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부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끝내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언제나. P.185


🏷️ 그 기대에 부응하려 혼자 진지해온 이들은 점차 기대보다 제 믿음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거듭 인생의 쓴 맛을 보다 보면 삶의 지지분함을 처리하는 게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나는 나무를 보는 방식만으로도 지지분한 시간을 지나갈 수 있다. 그건 때로 살아간다는 것에 다름없다. P.202


🏷️ 나는 유령이 된 할머니를 의식하며 옷을 매만지고 일부러 성큼성큼 걷고 입꼬리를 올린다. 하지만 할머니와 달리 나는 괜찮게 잘 지내는 손녀 역할을 번번이 실패한다. 멀쩡해 보이려고 힘차게 걷고 입꼬리를 올려보려다가도 왈칵, 지나가는 노인들을 보다가도 왈칵, 볕을 쬐고 바람을 맞다가도 왈칵… 할머니가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자꾸 고장이 난다. P.245


*본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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