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프로파일러 토미 힐 시리즈, 그 첫 번째.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하는 연쇄살인범과 매력적인 프로파일러 토미 힐의 두뇌싸움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살인범 핸디 앤디(토미 힐은 프로파일링을 하며 연쇄살인범에게 이 이름을 붙였다)의 서술 부분과 토미 힐이 그를 쫓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 교차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황이 진행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을 훌륭하게 만드는 점은, 토미 힐 또한 자신이 쫓는 핸디 앤디처럼 평범한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으며 그 부분에 대한 스스로의 집요한 고민으로 인해 프로파일링이 더욱 정교하게 완성된다는 것이다. 만일 토미 힐이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한 프로파일러이고, 핸디 앤디가 그저 절대악이었다면, <인어의 노래>는 감동 없는 스릴러 드라마에 불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토미 힐과 핸디 앤디는 표출 방식이 다를 뿐, 자신 안에 '괴물'을 안고 살며 다른 이들에게 그 부분을 이해받지도, 이해해달라고 얘기하지도 못하는 슬픔을 알고 있다. 그 둘이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이며, 또한 자신들이 다른 이들 속에 섞여들어가지 못하리라는 절망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책 앞에 나오는 구절(인어의 노래를 들었네. 서로가 서로에게. 그들이 내게 노래하지는 않으리라)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그 구절을 읽을 땐 코끝이 찡해질 정도였다.
사실 스토리 자체만으로 말을 하자면, 무쟈게 재밌거나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묘사, 긴박감 있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미국 장르소설(물론 얘네도 그안에서 각기 특징이 다르겠지만)들에 비해 밋밋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작가의 섬세한 묘사력, '인어의 노래'라는 제목의 상징성과 두 캐릭터와의 연관성, 그리고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두 인물의 외로움 때문에 내게는 정말 좋은 소설로 남게 되었다.
호불호가 좀 갈릴 것도 같지만, 주변에 권하고픈(잔인한 거 못보는 사람 빼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