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니기도 불안한 요즘, 불안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책이라는 문구에 집어든 책이다. '바이러스'라니. 참 이 시국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책은 '나다운 건 내가 정한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나만의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선한 비유와 재밌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이를테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싹싹한 맛을 내지 않는다든지, 당당하게 온실 속 화초로 살아본다든지 하는 것들이.
요즘엔 지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는 시대다. 한병철이 <피로사회>라는 책을 낸 지도 이제 8년이 다 됐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내가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자유를 잃어버린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오늘의 점심 메뉴도 부장님의 눈치를 보며 먹고 싶은 대로 고르지 못하고, 출근 시간도 내가 정하지 못하고, 놀러가고 싶어도 돈이 없고. 우리는 자유를 지불하면서 피로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현실을 어쩌지도 못한다. 그럴 힘이 없으니까. 그래서 책으로라도 이 우울함을 탈피하고자 한다. 책을 읽고 나를 위로하면서 스스로 현실에 순응하는 (어쩌면 외면하는) 법을 배운다.
더러운 세상, 그건 내 잘못이 아닌걸.
이 책이 조금 남달라 보였던 건 그래서였을까. 따뜻하고 연약하게 '내가 나여도 괜찮아'라는 위로가 아닌, '내가 난데, 뭐 어쩌라고'라는 이 오만한 간지라고 해야하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기보단, 근거가 필요 없는 당당함 같았다. 그래서 유쾌했다. 내 잘못이 아닌 게 아니라, 그건 세상의 잘못인데?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우리는 잊고 있었다. 이 책은 까맣게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들을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보다 잘 살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몸에 흐른다는 '전투민족의 피'를 잊지 말아야 겠다. 오버 좀 하자면 '나다운 건 내가 정한다'는 명제는 어쩌면 우리 민족의 얼을 담은 말일지도 모르곘다.
세상에는 78억 명의 사람이 있고
그렇기에 78억 개의 답이 있다.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답을 정하길 바라며
- 초판 한정 작가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