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슬픔을 연구하는 학자 앨리스. 코끼리는 어미코끼리나 새끼가 죽음을 당했을때 고통을 느끼고 애도과정을 거치며, 이를 거치고 나서야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아프리카의 코끼리들을 연구하면서 그녀가 이르게 된 결론이다. 그녀의 연구기록에는 어미와 새끼의 관계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가족의 죽음과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커끼리의 모습은 인간과 닮았으면서 어찌보면 인간보다 더 성숙한듯 하다.
코끼리가 이 소설은 관통하는 소재인데, 이따금 동물원에서나 접할수 있었던 친숙한듯 낯선 이 동물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접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스테리한 살인과 실종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Gone Girl 과같은 어두운 반전이 나올것 같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치유되고 회복될수 있는 최선의 결말인 것 같다. 제나는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대로 엄마와 만날수 있게 되고 앨리스도 제나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사건의 증거를 덮고 은폐했다는 괴로움에 빠져있던 버질도 영적 존재와 소통하지 못하고 무력감에 빠진 세레니티도 치유의 기회를 얻게 된다.
결국 작가가 말하려던 것은 엄마와 딸의 끊을 수 없는 견고한 사랑인 것 같다. 제나는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제나를 공허하게 했던 앨리스의 부재는 오히려 제나를 잃었다는 앨리스의 자책으로 인한 것이었다. 마지막에 제나는 세레니티에게 엄마가 자신과 대화를 하기 원하는 것일 수 있다며, 영적 대화를 시도할것을 요청하는데 이때 앨리스와 제나를 다시연결시키는 매개체인 제나의 치아가 발견된다. 이 치아와 스카프 지갑등 다른 중요한 증거물을 발견한 사람은 세레니티지만 세레니티를 현장으로 이끌고 애초에 세레니티가 사건조사에 나서도록 유도한 것은 제나였다. 그리고 제나가 엄마를 그토록 그리워하게 된 원인인 앨리스의 실종도 결국 제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앨리스의 괴로움으로 인한 것이었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찾고 위로해주도록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3분의2까지는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가 그 이후 급전개가 되는데 마지막 반전이 허를 찌른다. 그런데 책을 덮으면서 ‘이게 최선의 결말이다‘라는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다. 코끼리와 인간, 모성애 이별 등 여러 주제가 잘 결합된 아름다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