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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북치노의 서재
  • 빨간 장갑
  • 하야시 기린
  • 12,600원 (10%700)
  • 2022-12-26
  • : 416



저에게는 15년 전, 다리를 다치고 재활하던 시기에 뜨개질영상을 보며 서툰 솜씨지만 정성을 다해 직접 뜨개질로 만들었던 빨간 장갑 한 짝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버스에서 오른쪽 장갑을 잃어버리고 남은 왼쪽 한 짝인데, 차마 버리지 못하고 소중히 간직해왔죠. 그래서일까요? 하야시 기린의 <빨간 장갑>을 만났을 때, 마치 제 오래된 기억이 책으로 만들어진 것만 같아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책 속 주인공 꼬마도 저처럼 오른쪽 빨간 장갑을 잃어버립니다. 보통의 이야기에서는 짝꿍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결국엔 다시 만나는 해피엔딩을 그리겠지만, 이 책은 조금 더 성숙하고 깊은 시선을 보여줍니다. 헤어진 두 장갑이 서로를 걱정하면서도, 지금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거든요.








길을 잃은 오른쪽 장갑은 숲속 동물들을 만나며 끊임없이 변신합니다. 주전자의 싸개가 되기도 하고, 아기 토끼들의 따뜻한 모자가 되기도 하며, 들쥐 삼 형제의 포근한 침낭이 되기도 하죠. 꼬마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던 장갑이 이제는 숲속 작은 생명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스웨터가 된 거예요. 이름을 바뀌었을지언정 누군가를 안아주는 그 온기는 여전하다는 사실이 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분실이나 이별 같은 상실의 경험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이 책은 최고의 처방전이 되어줄 것 같아요. "우리가 헤어져도 너와 나의 따뜻함은 사라지는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니까요. 제게 한 짝만 남은 장갑도, 어쩌면 15년 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소중한 모자나 침낭이 되어 제 몫을 다하고 있을 짝꿍 장갑을 기쁘게 응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너무 따뜻하고 너무나 아름다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림의 느낌 덕분에 따뜻한 장갑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했습니다.






겨울이 다 가기 전,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상실'을 '새로운 행복'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15년 전 추억을 아름다운 미소로 바꿔준 이 책을 여러분께도 진심을 담아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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