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0일 읽음.
2011년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무시돼도 좋을 만한 것은 세상에 없다."
이 책은 제목이 매우 도전적이라고 생각했다.
토익이 드디어 소설 제목으로 등장했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매우 도전적이다.
아무것에도 도전하지 않는 듯 현실에 적응하려 애쓰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더욱 도전적이게 느껴진다.
아주 아주 평범한 것들을 평범한 말투로 이야기 해주는데, 그것이 평범하지 않은 펀치를 먹여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그것보다 더 도전적인 게 있다.
바로 책의 제일 끝에 붙어있는 작가의 한마디인데,
한번 들어보시렵니까? ㅎㅎ
<심재천의 한 마디
지난 3년간 무직자로 지냈다.
그건 몹시 불편한 일이었다. 다수가 ‘쟨 낙오했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일부 지인 중에 나의 ‘낙오’를 은근히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저 누군가에게 고용돼 월급을 받는 것 뿐인데도 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좋지 않다. 너무 좀스럽지 않나, 나는 생각했다. 나의 ‘낙오’가 그들을 좀팽이로 만든 것 같아 나는 늘 죄스러웠다.
그래서 그럴듯한 타이틀을 얻기로 결심했다. >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적이 없다.
계속 마음과 정신이 밝아지고 유쾌해지기까지 하는 신비한 체험을 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작가가 던지는 문제제기들을 접하게 되면, 이것만큼 커다란 마음의 반향도 없을것처럼 고민을 하게도 된다.
왜 영어를 죽기살기로 해야 하는지,
이단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정말 무시하고 경멸해야 마땅한건지,
인간은 정말 큰 회사에 취직하여 월급을 받으며 살아야만 제대로 사는건지,
수없이 많은 사람과 성생활을 해야 자랑할 만한 인생인건지,
인간은 과연 누구에게 인정받으며 사는것이 행복한 것일런지...
한국을 떠나서는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련다는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는, 우리가 토론했던 [굿바이 동물원]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 또 한번 씁쓸해진다.
역시 한국, 특히 서울은 매력적이지 않은 생존환경인것인가...
최근 몇년동안 한국을 강타했던 웰빙의 폭풍우도 요즘에는 시들해지고,
이제는 하루 하루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념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가 난장이라도, 개인은 행복을 부여잡고 웃어야 하고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쳐도, 개인은 행복한 취미생활을 위하여 오늘도 내일도 돈을 써 줘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책도 심각한 말투나 심각한 분위기로 도배를 하면 수상작은 커녕, 서점에서 장사도 잘 되지 않는지,
일단은 재밌어줘야 한다.
그래야 작가가 하려는 말도 독자의 귀와 가슴에 가서 닿을 수 있는것이리라.
이 책도 참 재밌다.
철학도 소중하다.
작가는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시대가 만들기도 하나보다.
오늘은 배꼽이 간질간질한채로 기분좋게 취침하러 가겠네~^^